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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뿐인 '개방 화장실'?…보조금만 받고 굳게 잠근 문

<앵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이런 화장실 표지판 보셨을 겁니다.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 시민을 위해서 서울시가 민간 건물에 보조금을 줘 가며 운영하는 개방형 화장실입니다. 여기 들어가는 보조금만 한 해 10억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보조금만 받고 문을 걸어 잠근 곳이 적지 않습니다.

노동규 기자가 기동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동작구의 한 상가 건물 앞입니다.

개방 화장실이라고 적힌 안내 표지판을 따라 가봤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화장실 문이 굳게 잠겨 있습니다.

[입주자 : 원래는 여기를 열어놨거든요. 작년까지인가? 원래는 열어놔야 하는데 뭔 일이 있었는지 잠갔어요. 주인이.]

서울 강남구의 대로변입니다.

개방형 화장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건물로 찾아가 봤습니다. 건물 입구부터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습니다.

말로만 개방형이지 일반인이 쓸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만날 이렇게 잠겨 있어요?) 주말에만 열려 있어요.]

서울 시내 개방형 화장실은 1,143곳. 건물주는 자기 화장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자치구로부터 많게는 매달 10만 원을 지원받습니다.

휴지나 비누 같은 현물로 지원받는 곳도 있습니다. 이렇게 지원되는 돈이 한해 10억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지원만 받고 아예 개방하지 않거나 엉터리로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강남구청 직원 : 매일매일 확인은 불가능해요. 사실상. 실무자가 한 사람인데. 다른 업무도 하다 보니까 (실태 파악에) 조금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현실입니다.]

건물 측도 할 말은 있습니다.

[민간개방화장실 관리인 : 너무 지저분하고, 오면 외부에서 술을 먹고 와서 게워내서 청소하는 거, 이것도 한두 번이 아니에요. 기물 파손도 있고, 변기 파손도 있고 앉아서 술 마신 채….]

이런 이유 때문에 지원도 필요 없다며 화장실 개방을 철회한 곳만도 지난 5년간 176곳이나 됩니다.

하지만, 지원금만 받고 화장실 개방에 인색한 곳이 여전히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화진/서울 성동구 : 항상 잠겨 있어요, 거의. 기분 나쁘죠. 이름만 개방이고, 그냥 개방 소리를 빼든가 그렇죠?]

개방형 화장실에 적잖은 예산이 지원되는 만큼 철저한 관리 감독이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본래 취지대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되도록 이용자들의 공동체 의식도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김남성, 영상편집 : 우기정, VJ : 김형진, CG : 박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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