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구급차로 이송된 노숙인을 병원과 지자체가 거부해서 끝내 숨졌다는 소식, 어제(7일) 전해 드렸습니다.
(관련 기사 : 구급차에 실려 5시간 '뺑뺑이'…진료 거부로 사망) 행려자 지정병원조차 행려자를 거부하고 있는 실태, 긴급 점검했습니다.
소환욱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일 밤 10시 반쯤 한 남자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갑니다.
누군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자정쯤 38살 신 모 씨를 발견하고 구급차에 태웠습니다.
신 씨를 노숙자로 판단한 구급대원들은 신 씨를 행려병자를 받도록 지정된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이 병원은 신 씨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육안으로 볼 때 큰 이상이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병원 직원 : 이분이 술에 취한 상황이었고, 낮에도 왔었고, 시설에 가는 것이 맞다라고 판단돼서 그렇게 조치한 것이죠.]
그러나 신 씨는 이 병원에서 나간 지 12시간 만에 숨졌습니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처음 병원에 왔을 때 이미 신 씨가 위중한 상태였다는 뜻입니다.
구급대원들은 이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한 신 씨를 데리고 시청과 구청, 경찰서, 노숙인 쉼터를 돌았지만, 술에 취해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어느 곳도 신 씨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병원 간호사 : 다른 환자 분들도 오시기 때문에 환자 분들이 싫어하시거든요. 냄새난다고. 진료도 거부하시고. 아파서 진료받으러 왔는데…]
어디에서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구급대원의 호소에 처음에 갔던 행려병자 병원이 신 씨를 받아주긴 했지만, 신 씨의 상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정익중 교수/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 이윤이 안 되는 환자는 버릴 수밖에 없는, 거부할 수밖에 없는 이런 시스템이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의료보험으로 의료수요를 사회화한 것처럼 의료 공급도 일부 국·공립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익을 우선시하는 민간 병원에게 행려자를 맡기고 있는 지금의 체제 아래서는 이런 사고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김선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