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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규정 탓에…FTA 덕 못 보는 국산 농산물

<앵커>

FTA, 즉 자유무역협정은 국가 간 무역에서 관세를 없애거나 줄이는 협정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EU를 비롯해서 어제(15일) 체결된 뉴질랜드까지 53개 나라와 14건의 FTA를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수입 농산물이 무관세나 관세인하라는 날개를 달고, 우리 식탁을 점령하는 사이에 국산 농산물의 반격은 영 시원치 않습니다. FTA를 체결만 했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인 뉴스, 박현석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안성 농협의 미국 수출용 배 작업장입니다.

작은 걸 선호하는 미국인의 취향을 고려해 크기를 선별하고, 한국산임을 강조하는 스티커도 일일이 붙입니다.

최근 미국 시장에 진입한 중국산을 의식해서입니다.

농산물 가운데 그나마 수출 효자 품목인 배는 FTA로 인해 미국과 유럽 등에 관세 없이 수출되면서 최근 시장 다변화를 노리고 있습니다.

[송병헌 팀장/안성과수농협 : 네덜란드나 영국, 독일, 그리고 아시아 쪽으로는 베트남 이런식으로 해서 수출국 다변화를 계속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 같이 원산지 증명이 쉬운 1차 농산물과 달리 음료나 김치, 조미 김 같은 가공식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FTA 체결로 상당수 품목의 관세가 사라졌지만, 관세인하의 조건이 되는 원산지 증명 규정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해 대부분 예전처럼 관세를 물고 수출하는 겁니다.

사과 주스만 하더라도 주재료인 사과뿐 아니라 부재료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수입면장 등의 원산지 서류를 첨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범석 본부장/NH무역 수출본부 : 액상과당이라든가 이 안에 들어 있는 구연산이라든가 부재료, 원료까지도 전부 다 서류로서 구비를 해야 하는데 서류 보관이 5년 동안 보관해야 합니다.]

대부분 영세한 농식품 가공업체들이 이런 규정을 잘 몰라서, 알더라도 너무 까다롭고 어려워서 관세 혜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칠레만 놓고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칠레산 농산물의 96%가 FTA 특혜 관세를 적용받았지만, 우리가 칠레에 수출한 농산물은 28% 가량만 FTA 덕을 봤습니다.

나머지 72%는 FTA 체결 전과 똑같이 일반 관세를 물고 수출했다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미국과 EU에 농산물을 수출할 때 FTA 협정상 절감할 수 있었던 250십억 원 정도의 관세를 더 물고 우리 농산물을 수출했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고 수출 증대와도 멀어지는 겁니다.

정부가 애초부터 FTA 자체를 제조업 수출 증대에 초점을 맞추면서 농식품 수출 분야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병훈 연구위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 : 농식품 관련 FTA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한다든지 원산지 증명 및 관리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급 및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10년 전 1억 달러에 불과했던 FTA 체결국과의 농식품 분야 무역적자는 지난해 130억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늦었더라도 이제는 무기를 제대로 갖추고 무역 전쟁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FTA 전문가 양성과 관리시스템 정비, FTA 활용법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영상취재 : 박영일, 영상편집 : 김병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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