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 속에 말라가는 모를 살리려 논에 물을 넣었는데 오히려 모가 말라죽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생활하수를 처리한 물이라고 해서 믿고 쓴 건데 알고 보니 소금기 가득한 짠물이었습니다.
유덕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참 푸르러야 하는 벼 잎이 누렇게 메말랐습니다.
힘없이 늘어지고 가늘어져 벼가 아니라 마치 잡초 같습니다.
이맘때 쯤이면 자라난 모들로 꽉 차 있어야 할 논이 황량하게 비어 있습니다.
살아남은 모들도 이렇게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근처 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한 생활하수 방류수를 들이부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가뭄에 지친 농민들의 요청으로 지난 한 달 동안 하루 4000t, 모두 12만 t의 방류수를 바로 옆 하천물과 섞어 약 10만 ㎡ 크기 논에 공급한 겁니다.
이후 심은 모의 1/3이 비실비실 말라갔습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바닷물의 1/10 수준이지만 분명히 짠물입니다.
[최문용/피해농민 : 물에 (소금기가)많아서 물에 닿았던 부분이 물이 빠지면서 말라서 이렇게 하얗게 일어난 거죠.]
이상한 점은 매년 이맘때면 농민들의 요청으로 논에 공급해왔는데, 유독 올해만 염도가 급증했단 겁니다.
[동두천 환경사업소(하수처리소) 관계자 :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 2007년부터 (농민들이) 요청하면 공급했어요. (2007년부터요?) 그런데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도 농업기술원과 동두천시 환경사업소는 방류수를 재검사해 염도가 높아진 이유를 정밀 조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