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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억 끌어와야 1등" 상처만 남긴 증권사 인턴

<앵커>

요즘 많은 기업들이 인턴사원제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죠? 한 증권사가 인턴사원들에게 실제로 주식영업을 시켜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실적에 따라 채용한다는 말에 과열경쟁이 붙었고 인턴사원 대부분이 빚만 떠안게 됐습니다.

정규진 기자입니다.



<기자>

이 증권사는 지난해 말 60명의 인턴사원을 모집했습니다.

2주간 교육 후 영업점에서 일반 직원과 똑같은 주식 업무를 시켰습니다.

[교보증권 인턴사원 : 약정수수료를 채운다든지 예탁 자산을 늘린다든지 계좌수를 채운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평가한다고…]

경험이 적은 인턴 사원에게 자기 돈을 맡길 사람은 적었습니다.

[부모님이나 친척들, 부모님 지인들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죠.]

절반을 정규직으로 뽑는다는 말이 돌면서 과열 경쟁이 붙었습니다.

[제가 끌어온 게 12~13억 원정도로 (실적)순위는 중간… 가장 많이 한 동기가 60~70억 원 가량…]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증권사가 챙기는 수수료를 높이기 위해 손해가 뻔한 상황에서도 사고팔기를 반복했습니다.

[교보증권 인턴사원 : (동기는) 지금 벌써 얼마를 올렸는데 미친 거 아니냐? 저도 모르게 (거래버튼에) 손이 가요. 손가락을 찢어버리고 싶어요.]

실적은 실시간으로 공개됐습니다.

[손해가 커져 가도 매매를 중단할 수 없는 게 하루라도 쉬면은 내 등수가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이니까.]

6개월의 실적평가가 끝나고 채용된 건 16명 뿐.

취업실패의 쓴맛에 빚까지 떠안은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교보증권 인턴사원 : 외제차값 날린 친구도 있고 누나 결혼 자금 다 날린 친구도 있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제가 만져보지도 못한 몇천만 원의 빚이 생겼고.]

증권사는 실적만이 채용 평가의 전부는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교보증권 인사담당자 : 정량(실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성(인성)적인 부분이 분명히 들어간다. 6개월간의 실적만으로 (채용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투자 손실은 인턴에게 넘기고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만 챙겼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종강/성공회대 교수 : 청년실업이 심각하니까 직업을 구하는 사람들의 약한 처지를 악용해서 인건비를 절약하고 부당한 수익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인턴제도를 활용하게 된 겁니다.]

실적위주의 채용이 청년 인턴들에게 남긴 건 소중한 경험이 아닌 냉혹한 성과주의의 상처뿐입니다.

(영상취재 : 이원식, 영상편집 : 김종우,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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