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북녘가족과 '몰래' 휴대전화 통해 연락

<8뉴스>

<앵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즉 새터민들의 수가 이제 6천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상당수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중국 휴대전화를 들여보내서 정기적으로 소식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그 애처로운 비밀통화의 현장을 김천흥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청북도 청주시의 한 아파트.

오늘은 지난해 북한을 탈출한 김영옥씨가 북한 양강도에 살고 있는 동생들과 통화하기로 약속한 날입니다.

[원하시는 국가 번호와 전화번호를 눌러주십시오]

[김영옥/가명.2004년 탈북 : 여보세요. (응) 밥 먹었니? (응) 그런데 거기 춥니, 지금 날씨가? (추워) 추워? (추워) 그래서 감기 왔니? (아니)]

핸드폰을 넘겨받은 여동생은 한국전쟁 때 어머니와 헤어진 외삼촌의 소식을 묻습니다.

[언니야 나야. 그러니까 삼촌네는 삼촌은 살아 있니 그래도? (어. 삼촌도 살아있고 여기 삼촌 아이들이 다섯돼.) 어. 다섯이 되는가...(어어.) 그래. 다 이렇게 살아 있으면 만나게 되는구나. 그러지 않아도 엄마가 울면서...]

김씨가 동생들에게 중국 핸드폰을 들여 보낸 것은 지난해 10월.

압록강 건너 살고 있는 조선족 밀수꾼을 통해섭니다.

[우리 북한 사람들이 중국 걸쳐서 오잖아요 다. 중국에 와서 1,2년씩 숨어 살다보니 알던 (조선족) 사람들이 있으니까 전화기를 사서 (북한에) 내보내고...]

중국 전파가 미치는 북한 국경지역에 들어간 핸드폰은 줄잡아 3천대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취재팀도 김씨의 남동생과 얘기를 나눠봅니다.

[(아. 김장 몇 포기나 하셨어요?) 우리집 같은 거는 밭이 있으니까 좀 많이 했지 뭐...한 서너독 했어요. 그저 조선사람 식성이야 김치 이상 없습죠.]

김씨의 남동생은 민감한 정치 얘기도 어렵지 않게 대답해줍니다.

[(김정일 위원장 초상화를 내렸다는 이런 얘기가 있는데 그건 어떻게 된 얘기입니까?) 그건 다 거짓말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치제도는 바뀌지 않고 있죠 뭐...그런 일은 없습니다.]

이같은 핸드폰 몰래 통화를 북한 당국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수색한대요. 몸수색을 다 한대요. (아. 그 핸드폰 색출해내느라고요?) 네. 색출해내려고요. 핸드폰 문제로 위기감을 느끼고... 핸드폰을 공식적으로 쓰는 것까지도 평양시하고 지방하고 100% 싹 회수해가고...]

그러나 북한의 가족들은 핸드폰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핏줄의 소식은 물론 생계 유지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누나가) 뭐 좀 있는가해서 자꾸 그저 손 내미는데...2월달에 한번 (돈 부쳐) 도와주면 할마이(어머니)한테 좀 한번 갔다 오게... 그러니까 또 한번 좀 도와줘야지 거기도 사는게 말이 아니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