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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양보

◎앵커: 평생 그리던 북녘의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이산가족 누구에게도 결코 쉽게 포기할 수 없 는 기회일 것입니다. 하지만 북녘의 노모가 숨 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방북 기회를 잃게 된 이산가족을 위해 반세기를 기다려 온 만남을 양보한 예비후보가 있습니다. 테마기획 이성철 기자입니다.

○기자: 북에 살아 계신다던 109살의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셨 다는 소식에 끝내 혼절하고만 칠순의 막내 아 들. 그렇지만 장이윤 할아버지는 예정대로 북녘 땅을 밟아 두 조카를 만나게 됩니다.

장 할아버 지의 방북이 성사되기까지는 101번째 북한 방 문단 후보인 65살 우원형 할아버지의 아름다운 양보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규정대로라면 모친 의 사망 사실이 확인되면서 북에 조카만 남게 된 장 씨는 뒤로 밀리고 북에 동생들을 둔 우 씨가 상봉단에 끼는 게 원칙. 그렇지만 딱한 장 할아버지의 사정을 듣고는 기꺼이 양보했습니 다.

<우원형(65세): 이 양반도 정말 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니까 정말 가서 뵈려고 했는데, 돌아가셨 다니까 조카들이라도 가서 보고 와야죠.> 자신도 북한에 동생 2명이 생존해 있어 만나 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장 할아버지 가 받았을 심리적 충격을 헤아려 자신이 양보 하기로 했습니다.

<우원형(65세):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것은 확인 했고, 또 동생들이 살아 있다는 것은 확인됐고 다음 번에 ...> 가는 사람과 못 가게 된 사람. 두 할아버지의 전화 통화에는 분단의 비극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우원형(65세): 가셔 가지고 조카들 만나 보고 어머니 돌아가신 날짜도 알아서 오셔서 제사도 지내야 되고 그러니까, 편안히 잘 다녀오시 고...> <장이윤(71세):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복 받으 셔야 됩니다. 내가 갔다와서, 갔다와서 식구소 식...> 6.25 때 부모 형제와 헤어져 단신으로 남쪽에 정착한 뒤 빛을 밝히는 필라멘트를 30년째 만 들어 온 우 할아버지.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아름다운 양보는 지금까지 만든 어떤 필라멘트 보다도 세상에 밝은 빛을 비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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