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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도와달라' 겨우 채웠는데…" 미루고 미루다 끝내 폐기

<앵커>

한 달 약값만 2천 만 원이 넘는 희귀병 환자들이 이 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해달라는 국민청원을, 국회에 냈습니다. 애써 5만 명의 동의를 얻은 건데 국회 논의는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청원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윤나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5년, 폰 히펠 린다우 증후군 진단을 받은 30대 남성입니다.

종양 억제 유전자 이상으로 약 4만 명 당 1명꼴로 발병하는 이 질환은 뇌나 신장 등에 악성종양을 유발합니다.

[배영수(가명)/폰 히펠 린다우 증후군 환자 : 암도 생겨요. (2015년부터) 뇌종양을 아홉 번 수술했고, 신장을 다섯 번 정도하고….]

지난해부터 치료제를 먹고 종양 크기가 줄어들었는데, 문제는 이 치료제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한 달 약값이 2천200만 원에 이른다는 점입니다.

[배영수(가명)/폰 히펠 린다우 증후군 환자 : 비싸니까 하루에 세 알짜리인데, 하루에 한 알로 줄였어요. 양을.]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해달라고 지난해 6월 국회에 국민청원을 냈습니다.

[정미경/폰 히펠 린다우 증후군 환자 보호자 : (5만 명 동의를 받는 게) 너무너무 이게 잘 안되더라고요. 가서 사정 얘기하고, 이것 좀 해주십시오, 해주십시오. 한 명 한 명 정말 손 벌려 가지고 마지막까지 5만 명을 채웠거든요.]

국회법상 5만 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90일 내에 상임위에서 논의해야 하는데, 60일 연장이 가능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한 번 더 기한 없이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 복지위원회에선 빨리 논의하자는 언급만 한 번 있었을 뿐,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1대 국회에서도 AI 이미지 악용 규제, 급발진 의심사고 입증책임 관련법 개정 등 청원이 잇따랐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없었습니다.

20대 국회의 경우 청원 207건 중 166건, 21대 국회는 194건 중 161건이 폐기됐습니다.

이번 22대 국회의 경우 5만 명 동의를 넘긴 청원이 90건을 넘었지만, 첫 단계인 청원심사소위가 열린 상임위는 한곳도 없습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가장 최근 열린 청원소위가 20년 전이었습니다.

[김예찬/정보공개센터 활동가 : 국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연장을 해 가지고 제대로 논의가 되지 못한 채 폐기가 되고 있는 현실이고, 국회의원들이 좀 책임성이 부족하다고.]

연장 가능한 최대 기한을 명확히 설정하고 국민 청원 처리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등 개선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원배·한일상, 영상편집 : 유미라,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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