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개월 동안 이어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최윤범 현 회장 측이 일단은 경영권을 지켰습니다. 임시주총 하루 전에 기습조치를 취하면서 MBK와 영풍 측 의결권을 무력화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들이 최 회장을 형사고발 하겠다고 나서면서 분쟁은 계속될 걸로 보입니다.
하정연 기자입니다.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꼽혔던 임시주주총회는 노조의 항의 속에서 시작됐습니다.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 지켜내자!]
당초 MBK-영풍 연합이 최윤범 현 회장 측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최 회장 측은 전날 저녁 전격적인 '기습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최 회장 측이 보유한 영풍의 지분 10.3%를, 호주에 있는 고려아연 손자회사에 넘겨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상법상 서로 지분 10% 이상을 소유한 '상호주' 관계가 돼,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 25.4%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주총은 밤 10시가 넘어 끝날 때까지 MBK 측의 항의 속에 파행을 겪었습니다.
영풍의 의결권 행사가 막히자 주총 의안은 최 회장 측 의도대로 통과돼 일단 경영권을 유지했습니다.
MBK-영풍 연합은 의결권을 강도당했다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공정거래법 위반과 배임 등의 혐의로 최윤범 회장 등을 형사고발하고, 주총 결의 무효 가처분 신청도 내기로 했습니다.
[김광일/MBK파트너스 부회장 (오늘(24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 : 탈법 행위 방식으로 지분을 사놓고,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이신 겁니다.]
고려아연 측은 MBK 측에 이사회를 개방할 수 있다는 타협안을 내놓으면서도, 경영권 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박기덕/고려아연 대표이사 (오늘 오후, 기자회견) : (MBK를) 더 이상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는 점도…. 전쟁을 계속 원하신다면, 피하지 않을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MBK-영풍 연합은 진정성 없는 제안이라고 일축해 경영권 분쟁은 법적 다툼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정용화, 디자인 : 이준호·이종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