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4년 1월 두 번째 구속되던 당시 장영자 씨
1980년대 희대의 어음 사기사건의 주인공 '큰손' 장영자(81) 씨가 또다시 사기 행각을 벌여 출소 3년 만에 5번째로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3부(태지영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위조유가증권행사 혐의로 기소된 장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했다고 오늘(24일) 밝혔습니다.
장 씨는 2017년 7월 10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농산물을 공급받기로 모 업체 대표 A 씨와 계약을 체결하고 154억 2천만 원의 위조수표를 선급금 명목으로 건넨 혐의를 받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위조수표인 줄 몰랐다"는 장 씨의 입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만약 위조 사실을 알았다면 이런 사실이 금방 들통날 수 있기 때문에 즉시 상당한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수표를 사용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피고인은 수개월 후에나 공급받을 수 있는 농산물에 대한 선지급금으로 위조 수표를 사용했고 그사이 위조수표라는 사실이 드러나 아무런 이익을 보지 못했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나 2심은 장 씨가 이 사건 범행으로 취한 이익이 있었고, 과거 장 씨의 범행과 닮은 점이 있다는 점을 들어 판단을 달리했습니다.
태 부장판사는 "원심은 이 사건으로 피고인이 얻은 이익이 없으므로 수표 위조 여부를 몰랐을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피고인은 당시 계약을 체결하면서 A 씨로부터 이행보증금 3천만 원을 지급받은 뒤 돌려주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또 "과거 피고인이 유죄를 확정받았던 사건과 관련한 위조수표의 액면금액이 이번 사건 위조수표와 일치하고 수표번호도 과거 사건 위조수표와 연속된다"며 "타인에게 위조수표를 건네 현금화하도록 하는 방식 등 범행 수법도 비슷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장 씨는 2017년 6월 154억 2천만 원의 위조수표를 사용한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갖고 있었던 위조수표를 이번 사건 범행에도 사용했던 게 아니냐는 취지로 보입니다.
태 부장판사는 이어 "피고인은 사기 등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누범 기간 중 또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례적일 정도의 고액의 위조 증권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금융거래의 안전이나 이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를 훼손시킬 수 있는 범행을 했음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공판기일에 여러 차례 불출석해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질타했습니다.
장 씨는 198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어음 사기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뒤 형기를 5년 남겨 둔 1992년 가석방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장 씨 부부는 물론 은행장 2명과 장 씨의 형부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삼촌 이규광 씨 등 30여 명이 구속됐고, 한동안 단군 이래 최대 사기 사건으로 회자했습니다.
장 씨는 이후 출소 1년 10개월 만인 1994년 140억 원 규모 차용 사기 사건으로 4년 형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됐습니다.
19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지만 2000년 구권화폐 사기 사건으로 구속기소 돼 2015년 1월 석방됐습니다.
이어 2018년 초 남편인 고(故) 이철희 씨 명의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기증하려는데 비용이 필요하다는 둥 피해자들을 속여 약 6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또다시 구속기소 돼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고 2022년 출소했습니다.
장 씨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