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우리 용감한 강아지, 용감한 강아지…' 별이 된 아이에게 전한 마지막 인사 [스프]

[반려동물 삐뽀삐뽀] (글 : 오석헌 수의사)

우리가 잘 몰랐던 동물 이야기, 수의사가 직접 전해드립니다.
 

수줍어하는 강아지 '에덴'이가 중년의 부부에게 안겨 병원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8살의 에덴이는 신장 기능이 저하되어 관리 중인 상태였었고 검사 결과 초기 상태였기 때문에 처방 사료와 신장 기능을 도와주는 기본적인 보조제로 관리하며 정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보호자분은 검진을 위해 병원에 방문하실 때나 병원 앞을 지나가다가도 늘 직원들의 간식을 살뜰히 챙겨주시곤 했습니다. 검사를 기다리시는 동안은 직원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느새 직원들도 보호자분과의 대화를 즐거워했고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검진을 마치고 검사실에서 직원의 품 안에 무던하게 안긴 채 에덴이가 대기실로 나오면 언제나 보호자분은 밝은 목소리로 '우리 용감한 강아지'라며 에덴이를 건네받으셨습니다. 그리고 보호자에게 안긴 에덴이는 별일 없었다는 듯 의젓한 눈빛을 하고 병원 문을 나섰습니다.

마치 어린 자녀분에게 말하듯 '용감한 강아지'라고 부르는 보호자분의 음성이 대기실에서 들려오면 무엇인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용감한 강아지,' 흔하게 들었었던 이 단어가 너무나 애틋하고 따뜻하게 다가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나니 진료실에서 보호자분의 그 음성이 기다려지더군요. 그러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검사를 할 때마다 에덴이에게는 '용감한 강아지 에덴아. 괜찮아, 별거 아니네. 잘하는구나'라고 이야기를 건네주며 치료를 이어갔습니다.

시간이 흘러 에덴이의 신장 기능은 점점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신장의 기능과 관련된 수치들은 계속 상승하고 초음파상에서 신장의 형태는 점점 나빠져만 갔습니다. 그러면서 수액 처치를 위해 병원에 방문하는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언제나처럼 보호자분은 처치를 받고 에덴이를 건네받으시면 '우리 용감한 강아지, 용감한 강아지'를 연신 불러주며 다정하게 에덴이를 안아주었습니다. 에덴이는 예전에 비해 힘은 빠졌지만 그 특유의 시크한 표정으로 병원 문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을 보냈던 에덴이는 편안히 별이 되었습니다. 얼마 후 외부 왕진 중에 에덴이 보호자분이 병원에 들리셔서 감사 인사와 함께 식사를 남겨두고 가셨습니다. 늘 간단한 다과를 가져다주셨는데 이번에는 정성스러운 갈비찜 식사였습니다. 뵙지는 못했지만 보호자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과 후 진료실에 홀로 남아 조문하는 마음으로 에덴이가 마지막으로 건네준 식사를 먹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식사를 하면서 에덴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에덴이를 만나고 덕분에 좋은 인연을 맺게 해 줘서 고마워. 잘 지내고 있어. 용감한 강아지 에덴아~'

오석헌 반려동물 삐뽀삐뽀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