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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가 울었잖아요"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의 비결은 '이것'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오페라 여가수는 죽는 연기의 달인…"K드라마와 발레가 스승"

서선영 더골룸
소프라노 서선영 씨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비롯해 수많은 국제 콩쿠르 우승 기록을 세우고, 국내외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데요, 서선영 씨는 뛰어난 연기로도 정평이 나 있죠.

그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역할이 전문입니다. 푸치니의 '수녀 안젤리카'는 7분 동안 죽어가는 연기를 해야 했고, '토스카', '투란도트' 등에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요. 연기를 잘하기 위해 K드라마와 발레를 본다는 그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세요.
 

김수현 기자 : 많은 오페라에 출연하셨는데 어떤 공연이 제일 인상에 남으세요?

소프라노 서선영 : 프로로 돈 받고 데뷔한 거는 '루살카'였지만 뒤셀도르프 학교에서 처음 한 작품은 '피가로의 결혼'과 '수녀 안젤리카'였죠. '수녀 안젤리카' 감성이 저랑 맞아요. 2년 전 스코티시 오페라라고 스코틀랜드에 있는 오페라단에서 '외투', '수녀안젤리카', '잔니 스키키', 이 3개가 있는 '일 트리티코', 푸치니 작품을 제가 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그러니까 2010년에 제가 처음으로 '수녀 안젤리카'를 하게 되고 2023년에 다시 하게 되면서 '수녀 안젤리카'는 정말 코드가 딱 잘 맞다고 생각한 작품이었어요.

김수현 기자 : 그것도 한번 또. '수녀 안젤리카'도 한국에서는 별로 공연 많이 안 했던 것 같아요.

소프라노 서선영 : 글쎄 말이에요. 전혀 한다는 소식도 없고, 들어오지도 않고.

이병희 아나운서 : 어떤 부분이 좋으신 거예요?

소프라노 서선영 : 제가 여주인공이다 보니 죽는 역할을 많이 해요. 다른 역할들도 자살 장면이 좀 많기는 하네요. 근데 다른 것들은 단번에 죽어요. '나비부인'도 그냥 할복한다든지 '토스카'도 한 번에 뛰어내리는데 안젤리카 같은 경우는 약초 제조하는 달란트가 있어서 독약을 마시고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하는데, 이 죽어가는 장면이 거의 7분 정도 오케스트레이션이 나와서 그냥 '꼴딱, 끝'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을 보여줘야 되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때 굉장히 많이 봤던 게 발레에 나오는 줄리엣이 독약 먹고 죽어가는 것. 정말 그 사람들은 몸으로 표현을 해야 되는 거니까, 저도 그 순간에는 노래 없이 몸으로만 표현을 해야 되니까. 그래서 제가 원래도 발레를 좋아하지만 발레 영상을 굉장히 많이 봤어요.

김수현 기자 : 그렇구나.

소프라노 서선영 : 그 여자가 자살하는 이유는, 귀족 집안의 여자인데 임신을 해서 집안의 수치다. 가톨릭 국가니까 아기는 어쩔 수 없이 낳았지만 수녀원으로 쫓겨나요. 아기가 잘 크고 있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7년이 지난 후에 거의 공주님 급이 되는 이모님이 찾아오셔서 받을 재산 포기 각서를 쓰라고 해서, 알겠다 그건 다 괜찮은데 내 아기는 잘 지내냐고 했더니 벌써 2년 전에 죽었다고 얘기를 해서, 거기에 충격을 받고 이 여자는 살 소망이 없는 거예요. 이렇게 내가 떨어져서 고통받을 동안 그 아이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아기는 내 얼굴도 알지 못하고 죽은 게 너무 한스러워서. 한탄이 섞인 그런 것에 제가 잘 맞나 봐요. 그래서 아기를 그리면서 자살을 하는 내용이에요.

이병희 아나운서 : 얘기를 들으니까 슬프네요.

소프라노 서선영 : 비극이 많아요.

김수현 기자 : 오페라가 비극이 많아요. 진짜.

소프라노 서선영 : 특히 제 목소리가 비극에 조금 더 잘 맞아서 희극 오페라는 거의 해본 적이...

서선영 더골룸
김수현 기자 : 그래서 '수녀 안젤리카'가 가장 인상에 남은 공연이었고. 많은 배역을 하셨는데 이 배역이 너무 나한테 잘 맞는 것 같아, 이런 거는 어떤 게 있을까요?

소프라노 서선영 : 맞아요. 음악적으로 더 편하게 만든 건 '토스카'. 공교롭게도 다 푸치니 작품이에요. 베르디, 푸치니 쪽이 조금 더 목소리에 잘 맞는.

김수현 기자 : 그러고 보니까 토스카도 자살하고, 뛰어내려서. 작년에 서울시 오페라단에서 투란도트 할 때 류로 출연하셨잖아요. 류도 스스로...

소프라노 서선영 : 자살.

김수현 기자 : 이렇게 비련의 연기를 무대에서 계속...

소프라노 서선영 : (웃음) 재밌어요.

김수현 기자 : 연기는 어떻게 신경을 써서 하세요?

소프라노 서선영 : 제가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연기도 노래 못지않게 표현을 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우리가 K-드라마 강국이지 않습니까? 드라마도 좋다는 작품 많이 챙겨보고 좋아하는 작품들은 여러 번 보기도 하고, 영화도 좋아하고요. 그런 거에서 많이 힌트 얻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발레를 많이 보려고 해요. 어깨의 움직임이나 손동작 하나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표현하는 것을 보고. 그래서 김기민 씨 나온 영상 보고 나도 나가야지, 김기민 파이팅! 저희 후배거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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