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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 연소 인명 피해" 3월 경고했지만…조치 없었다

<앵커>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경기도 화성 공장 화재가, 예견된 참사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소방 당국이 석 달 전 현장 점검에서, 공장에 불이 날 위험성이 있고, 또 인명 피해가 클 수 있다고 지적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는데도, 노동자들 안전을 위해서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오늘(26일) 첫 소식, 이태권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쌓여 있던 배터리 더미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고, 손쓸 새도 없이 3동 2층 작업실에서 일하던 2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소방 당국은 이미 석 달 전에 이런 위험을 정확하게 예견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3월 28일 화성소방서 남양 119안전센터가 아리셀 공장을 현장 점검해 작성한 '소방활동 자료조사' 보고서입니다.

리튬 2톤과 석유류 200리터, 알코올류 4천200리터 등이 보관돼 있다며 위험물질의 특성을 숙지해 보관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습니다.

화성소방서 남양 119 안전센터가 아리셀 공장을 현장 점검해 작성한 '소방활동 자료조사' 보고서

특히, "3동 제품 생산라인에서 급격한 연소로 인한 인명피해 우려가 있다"며 다수 인명피해 발생 우려지역으로 분류했습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주 출입구를 이용해 신속한 대피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보기라도 했던 것처럼 화재 장소와 대피 문제점까지 정확히 지목한 겁니다.

그러나, 소방 당국은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별다른 조치는 하지 않았습니다.

[소방당국 관계자 : 이게 행정적인 명령이나 법적인 명령이 아니에요. 성격이 다른 거예요. 예방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화재 나가면 이렇게 끄겠다, (이런 개념입니다.)]

아리셀 공장은 화재 안전 중점 관리대상의 면적 기준에 미달해 관리 대상으로 지정되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소방청 예규에는 인명피해 우려가 클 경우 예외적으로 중점 관리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별도의 조치가 가능했다는 얘기입니다.

[류상일/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 : 이 공장이 '어떤 위험 요소가 있다'라고 발견을 했는데 그 위험 요소를 고치게끔 어떤 시정 명령까지 연결되지 못한다는 거기 때문에….]

아리셀은 지난 2019년 기준을 초과해 리튬을 보관하다 적발된 데 이어 2020년에는 소방시설 작동 불량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습니다.

참사를 막을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걸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김용우, 영상편집 : 박기덕, 디자인 : 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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