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이 살아온 무적자들의 이야기 연속해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가까스로 남들처럼 이름도, 또 신분증도 갖게 된 뒤에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손기준 기자가 추적해 봤습니다.
<기자>
신분증을 만든 뒤 자발적으로 요양시설을 떠난 76년생 김 모 씨와 75년생 조 모 씨를 찾아봤습니다.
자립 의지가 강했던 김 씨.
[최 모 씨/서울시립 은평의마을 사회복지사 : (김 씨는) 한 160cm 초반? 되게 왜소해요. (자립을)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은 갖고 계시니까요.]
시설을 떠나 거주했다는 고시원을 가봤지만, 만날 수 없었고,
[이런 사람 안 살아요.]
서울역에서 봤다는 증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목사 : 한 번씩 오는 것 같아. 얼마 전에 저기 서울역에서 본 것 같아. 노숙하는 것 같았어요.]
조 씨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사진을 보여주자 노숙인들은 조 씨를 한 번에 알아봤습니다.
[지하철 있잖아요. 에스컬레이터 내려가는 데, 거기 우리은행이 있거든요. 거기 앉아 있더라고. 어제 막걸리 마시고.]
두 사람 모두 신분증만 받았을 뿐, 사회 구성원으로 적응할 방법을 몰랐던 것입니다.
[배순상/서울시립 은평의마을 사회복지사 : 내 몸을 가꿀 수 있는 그런 심리적인 부분에 도움이 필요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건강 관리가 왜 필요한지 그런 걸 설명해 주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취재진이 확인한 356명 가운데 무적자 신분을 벗어난 뒤 자립한 사람은 단 1명에 불과했습니다.
생전 의지할 데 없던 무적자들에게는 죽음도 혼자였습니다.
356명 중 57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는데, 대부분이 무연고 장례였습니다.
서울시가 공영장례를 치르고 유골함을 보관하지만 그마저도 5년이 지나면 자리를 비워줘야 합니다.
[기재일/서울시 자활지원팀장 : (무연고자 분들은) 돌아가시면 그 순간 완전히 잊힐 것에 대한 두려움들을 많이 가지고 계세요. 보통 일반 시민들이 그런 생각 안 하잖아요.]
기록 없이 살며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던 무적자들, 죽음마저 기억해 주는 이들이 없었습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이상학·강시우, 디자인 : 오영택, 영상편집 : 서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