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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해야" 부산을 미국으로 착각…'공포의 도주극' 전말

"탈출해야" 부산을 미국으로 착각…'공포의 도주극' 전말
▲ 부산 법원 깃발

지난해 8월 19일 미국 시민권자인 30대 남성은 국내에 있는 모친이 병환으로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고 일시 귀국했습니다.

비극은 인천공항에 내린 뒤 서울에서 KTX를 탄 이 남성이 열차에서 잠드는 바람에 어머니가 있는 울산이 아닌 부산역에 내리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곧바로 울산으로 가지 않고 부산역 인근에 숙소를 잡은 남성은 다음 날 새벽까지 인근 텍사스 거리의 주점에서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주점에서 나온 이 남성은 도로에 있던 택시에 타려 했고 운행 시간이 아니라는 말에 택시 기사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려 안면부 일부 골절 등 전치 60일 이상의 중상을 입혔습니다.

이어 택시 운전석에 탑승한 남성은 택시 기사가 뒷좌석에 올라타 차 키를 뽑을 때까지 363m가량 택시를 운전하고 달아났습니다.

이후에도 범행은 계속됐습니다.

남성은 운행 중이던 다른 택시를 가로막고 택시 기사를 강제로 내리게 해 머리를 마구 때려 기절시킨 뒤 택시를 운전해 담벼락을 들이받고 멈출 때까지 614m가량 운전했습니다.

택시에서 내린 남성은 담을 넘어 철길에 무단으로 진입한 뒤 부산진역 철도물류센터 인근에 있던 자전거를 훔쳐 타고 달아난 뒤 검거됐습니다.

결국 남성은 강도상해와 절도 혐의로 부산지법에 기소됐습니다.

남성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만취 상태에서 외국인 조폭과 시비가 붙어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택시를 발견했는데 승차가 거부돼 범행을 저질렀다"며 "과거 미국 우범지대에서 강도를 당한 경험이 있는데 술을 마신 지역과 너무 똑같아 무조건 탈출해야겠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고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장기석)는 12일 "만취 상태에서 택시 기사를 폭행해 중상을 입히고 택시를 불법 사용해 비난 가능성이 크지만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만취한 피고인이 외국인 폭력배에게 쫓기고 있다는 망상에 빠졌기 때문이지 택시를 고의로 탈취하려 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강도상해가 아닌 상해와 형법상 자동차 불법 사용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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