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멕시코에서 멸종 위기종인 원숭이 수십 마리가 나무에서 힘없이 떨어질 정도로 탈수증상을 보이다가 집단 폐사했습니다. 그 지역에서 최근 섭씨 40도를 웃도는 이상 기후가 이어진 게 이유로 추정됩니다.
신승이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멕시코 남부 타바스코주.
동물 구조대원들이 숲 속을 뒤지고 있습니다.
바닥 곳곳에 힘없이 축 늘어진 원숭이 사체가 즐비합니다.
큰 몸집과 울음소리로 유명한 멸종위기종 '유카탄검은짖는원숭이'입니다.
지난 2주 동안, 이 지역에서 최소 83마리의 원숭이가 탈수 증세로 집단 폐사했습니다.
일부는 병원으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세르히오 발렌수엘라/수의사 : 이 원숭이 상태가 제일 심각해요. 어미는 죽고 혼자 남았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측은 기록적인 더위를 주원인으로 지목합니다.
탈수와 고열 등 열사병 증세에 시달리던 원숭이들이 나무에서 마치 사과처럼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힐베르토 포소/야생생물학자 : 원숭이들이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의식이 없고 축 처져 있고 심각한 탈수 증상을 보였습니다.]
멕시코는 현재 한낮 최고기온이 섭씨 40~45도를 넘나드는 이례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최근 2달간 17명이 온열 질환으로 숨졌고, 물고기 집단 폐사도 보고됐습니다.
원숭이 폐사가 위험을 미리 알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와 같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벌목으로 인한 환경파괴,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가 더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힐베르토 포소/야생생물학자 : 더이상 원숭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다른 말로 하면 생태계의 연결고리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멕시코 정부가 원숭이 폐사 원인에 대해 공식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현지 언론은 영양실조나 농약과의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영상편집 : 오영택, 디자인 : 서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