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떤 지역에 가면 그 동네 이름을 딴 식당이나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식당 간판에 지역 이름을 썼다가, 합의금을 요구받았다는 가게들이 있습니다.
왜 그런 건지, 김지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이곳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신금순 씨는 최근 '경고장'이라고 적힌 내용 증명을 받았습니다.
상호에 들어간 '초월'이라는 명칭이 상표로 등록돼 있으니 사용하지 말라는 겁니다.
또, 합의금 300만 원을 내지 않으면 그동안 상표 사용에 따른 이익 전부를 손해액으로 청구하겠다고 돼 있습니다.
[신금순/식당 주인 : 병원 입원 일주일 하고 나왔어요, 놀라 가지고요. 어느 날 갑자기 300만 원 내라, 간판을 쓰지 말라 뭐 어쩌니, 안 놀랄 사람이 있겠어요?]
이 식당뿐 아닙니다.
초월읍 일대에서 초월이라는 상호를 썼다는 이유로 경고장을 받은 식당과 카페는 모두 16곳.
다들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식당 주인 : 초월읍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초월이라는 단어를 못 쓰게 한다. 양평에서 양평해장국 못 쓰게 하는 거랑 서울에서 서울 불고기, 지역명을 못 쓰게 한다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거죠.]
상표법상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읍, 면 같은 행정구역 명칭은 상표 등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상표 출원 이전부터 상호를 사용했거나, 부정 경쟁 의도로 상호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앞서 법원은 강원도 강릉의 옛 지명인 '하슬라'에 대한 상표권 분쟁에서, 상거래 관행에 따라 상호로만 사용한 점 등을 들어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남영택/특허청 상표심사정책과장 : 유명세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없고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에 따라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없습니다.]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상표를 둘러싼 분쟁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특허청은 사업 시작 단계부터 미리 상표를 등록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강경림·이종정, VJ : 정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