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가장이었던 오 모 씨는 1986년부터 한국전력과 동서발전에서 30년 넘게 일한 베테랑 직원이었습니다. 2017년 말 인도네시아에 발전소를 새로 짓는 일에 투입됐고 올해 중에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습니다. 그는 두 딸과도 가까운 아버지였고 부인과도 사이가 좋았습니다.
가족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1월 21일이었습니다. 오 씨가 인도네시아에 있는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겁니다. 게다가 사건 현장에는 이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열려있던 뒷문과 오 씨의 발 크기와는 다른 발자국들. 사건 당일 도대체 오 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유족을 힘들게 한 건 다정한 남편이자 든든한 아버지를 잃었다는 사실만이 아니었습니다. 유족은 한국 정부와 경찰의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하지만 외교부와 현지 대사관은 "이미 인터폴을 통해 공조 수사 의향을 물었지만 거절당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보도 이후에야 파견된 한국의 경찰 수사 인력. 남겨진 가족들은 범인을 잡기에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닌지, 남은 증거들이 희미해지는 것은 아닌지 마음을 졸이며 하루하루 버텨가고 있습니다.
◆ 배정훈 기자 / SBS 시민사회팀
취재하고 기사 쓰는 게 이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보도 이후 외교부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게 유족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고, 범인이 꼭 잡혀서 유족들의 바람도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재: 배정훈 / 기획 : 심우섭, 김도균 / 구성 : 장아람 / 촬영 : 김승태 / 편집 : 이홍명, 이은경, 문지환 / 그래픽 : 감호정 / 사운드 디렉팅 : 유규연 / 내레이션 : 김민형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