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이야깁니다. 집무실이 한국에도 유명해진 이유, 바로 '핵단추(nuclear button)' 발언 때문이었죠.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뒤 "내 핵단추는 더 크고 강력하다. 심지어 작동도 한다"고 받아쳤습니다. 그.런.데 그 크고 강력하다는 핵단추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페이크(fake) 단추입니다.
그럼 미국 대통령이 자랑하는 핵단추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아래 사진이 바로 힌트입니다. 대통령이 타는 '마린 원(Marine One)'이라는 전용 헬리콥터 앞에 군인 보좌관이 묵직한 가방을 들고 있는 장면입니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이 가방이 바로 '풋볼(nuclear football)'로 불리는 핵가방입니다. 그.런.데 이 가방에도 발사 단추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대통령은 핵단추도 없이 어떻게 핵공격을 지시할 수 있을까요? 상황 발생 시 미 대통령은 '비스킷(biscuit)'을 꺼냅니다. 먹는 비스킷은 아니고요, 핵공격을 지시할 때 대통령임을 인증하는 암호 코드가 비스킷입니다. 한국식으로 예를 들자면 은행 자물쇠카드 같은 걸로 보시면 됩니다. 이런 비스킷과 핵가방은 한시도 대통령 곁을 떠날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를 칠 때도 군 보좌관은 핵가방을 든 채 다른 카트에 타고 대통령을 뒤따른다고 하네요.
용어 중심으로 정리를 해봤는데, 이제는 절차로써 핵공격 순서를 살펴보겠습니다. 대통령이 핵공격을 결심하면 먼저 핵가방을 연 뒤 국방장관 등과 함께 블랙북에 명시된 핵공격 방법을 검토합니다. 방법이 결정되면 국방부 전시상황실로 대통령의 명령이 하달됩니다. 국방부는 '비스킷'을 통해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진짜 대통령인지 확인한 뒤 핵공격을 담당하는 전략사령부에 명령을 다시 내려 보냅니다. 이 명령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나 핵무기 장착 잠수함에서 크로스체크하고 나면 핵무기가 발사됩니다. 이 과정이 짧게는 5분, 길게는 15분 안에 끝난다고 합니다.
대통령이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고 핵공격 지시를 내리면 군부에서 이를 따라야 할까요? 특히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화염과 분노'에서 기술된 것처럼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말이죠. 그.런.데 법적으로 미 대통령은 핵공격시 의회의 승인을 얻을 필요도 없고, 국방장관 등 다른 행정부 인사의 동의를 얻을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지난해 11월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한 하이튼 전략사령관은 "대통령의 지시가 위법적이라고 판단되면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에게 "위법한 공격은 수행할 수 없습니다"고 말한 뒤 대안을 설명하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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