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가락시장에 문을 닫은 지 2년이 지난 가게가 있는데 시장에서 퇴출되지도 않고 심지어 매달 수천만 원씩 매출도 올리고 있습니다. 주변에 있는 몇몇 가게가 매출을 몰아주고 있다는데, 무슨 꼼수가 있는 건지 이호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가락시장의 청과물 가게는 일찍 문을 엽니다. 하지만 구석의 한 가게는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가락시장 상인 : 사장님이 영업을 안 했죠. (장사 안 한 지 얼마나 됐어요?) 글쎄, 오래됐죠. (한 2년 됐다는 얘기 있던데요?) 네. 오래됐어요.]
가락시장에서는 월 매출을 8천만 원 아래로 세 번 기록하거나 석 달 연속 매출 없는 가게는 바로 쫓겨납니다.
그런데 이 가게는 2년 넘게 문 한 번 안 열고도 폐점을 피해 갔습니다.
[가락시장 상인 : 실적을 좀 올렸다고 봐야죠. (장사를 안 했는데 어떻게 실적을 올려요?) 그건 모르죠.]
주변 상인들은 이 가게의 생존 비밀은 다른 가게들의 매출 나눠주기라고 설명합니다.
[가락시장 상인 :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서 실적을 월 8천만 원 이상 채워줬기 때문에 퇴출이 안 된거죠.]
일부 가게들이 자신들의 매출 일부를 이 유령가게 명의로 신고하면 유령가게는 장사를 안 하고도 매출을 올린 것으로 됩니다.
액수는 2년 7개월간 9천20만 원 정도입니다. 나눠준 매출만큼의 세금은 유령가게가 부담합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꼼수를 부리는 가게는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가락시장 상인 : 편법으로 하는 가게가 몇 군데 있어요. 실적이 없고 허가 취소 안 당하려면은 매출이 필요하잖아요.]
이렇게 세금을 내주면서라도 허가 취소를 막는 이유는 엄청난 이익 때문입니다.
사정상 장사를 못 하지만 직접 장사를 할 경우 1년에 50억 원의 매출은 수월하고 팔아도 많게는 10억 원 넘는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락시장 상인 : 가게 팔아먹으면 몇십억이 생기는데. 매출 한 달에 3~4억 올리긴 쉬우니까. 1년에 뭐 한 50억. 많게는 몇백억씩 하고.]
이 유령가게는 상인들의 신고로 지난 7월에야 퇴출됐습니다.
감독을 맡은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는 이런 편법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영상편집 : 유미라, VJ : 이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