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 직접 특별조사를 지시한 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5·18 진상규명특별법의 통과 여부와 관련 없이 정부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국방부는 50권에 달하는 군 기무사령부의 5·18 관련 기밀 자료를 해제할 수 있을지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최초 발포 지시자가 누구인지 등 여전히 40년 가까이 베일에 가려진 '진실'의 일단이 드러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 헬기 사격의 정체…공군까지 대기했다?
헬기 사격은 지난해 12월 5·18 기념재단이 광주 동구에 있는 전일빌딩 10층에서 총탄 흔적 177개가 발견됐다고 밝히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5·18 당시 광주에서 시민들의 죽음을 목격했던 고(故) 조비오 신부는 헬기 사격을 주장해왔습니다. 전일빌딩은 5·18 당시 시민군이 마지막까지 항쟁했던 건물이었습니다.
■ 끝까지 부정하는 전두환..사격 지시 증거가 나온다면
전두환 씨는 최근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주장은 헬리콥터의 기체 성능이나 특성을 잘 몰라서 하는 얘기이거나 계엄군의 진압 활동을 고의적으로 왜곡하는 사람들의 악의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일축했습니다. "5·18은 '폭동'이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하거나 전일빌딩 헬기 사격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심지어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미국인 아놀드 피터슨 목사를 가리켜 '목사가 아니라 가면을 쓴 사탄'이라며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헬기 사격 의혹은 관련 자료 및 증거에 따라 진위를 확인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광주에 헬기를 출동시킨 육군 1항공여단의 작전 자료와 공군 비행단의 5·18 당시 작전일지 등을 보면 확인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기관총을 장착한 헬기가 시민들을 향해 발포를 했다면 자위권으로 해석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헬기 사격의 경우 발포를 명령한 인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진실이 밝혀지면 발포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 기무사 기밀 자료 10권…'진실의 문' 열리나
5·18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면서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른 건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에 보관된 기밀 자료입니다. 50여 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5·18 관련 자료 가운데 기밀로 분류된 10권은 제한돼 지금까지 어떤 정부도 열람을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국방부는 그러나 이 기밀 자료도 해제 절차에 따라 진실 규명의 근거로 쓸 뜻을 밝혔습니다. 국방차관이 위원장인 군사기밀보호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자료들을 공개 가능한 문서로 전환하는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헬기 사격의 흔적이 남은 광주 전일빌딩을 직접 찾기도 하는 등 5·18 진실 규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3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비무장 민간인을 향해 총을 쏘라고 지시한 발포권자가 누구인지 등 핵심 사안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습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역사적 단죄'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