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1급 지체장애인 김윤경 씨는 여름 휴가철이면 고민에 빠집니다. 재작년 여름에도 아들 도윤이와 함께 수영장에 갔지만, 휠체어는 들어갈 수 없다며 입장을 제지당했습니다. 결국 김 씨는 직원 전용 비상통로를 통해 겨우 수영장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수영장 안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또래 아이들과 달리, 도윤이는 수영장 미끄럼틀을 타는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수영장 내부 계단 어디에도 장애인용 리프트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하늘의 별 따기'와 다름없는 장애인 숙박 시설 이용
국내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250만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250만 장애인들에게 휴가철은 '남의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윤경 씨의 사례처럼 수영장, 놀이공원, 휴양지 등에 장애인 편의 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숙박시설 이용은 '하늘의 별 따기'와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 겉으로는 '장애인 이용 객실', 들어가 보면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4월 20일 공개된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숙박시설의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통한 이용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을 위해 숙박시설에 마련된 객실도 형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객실이라고 해도 내부에서 휠체어 사용도 어려운 상황인 겁니다.
장애인 객실을 소유한 42개 국내 숙박시설을 분석한 결과, 3개 시설에는 장애인 객실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애인 객실이 있는 39개 숙박시설도 장애인 객실의 수는 4실 미만이었습니다. 특히 1실만 설치한 곳이 31곳으로 73.8%에 달했습니다. 3실이 9.5%, 2실이 7.1%, 4실이 2.4%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 '시선 폭력'이 두려운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
숙박 시설을 예약하고 휴가를 즐기려 해도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다른 사람들의 편견입니다.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21살 딸을 키우는 교사 김 모 씨는 매년 여름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떠납니다. 20여 년간 딸을 돌봐왔기 때문에 휴가 계획을 세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휴가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한 우려는 매년 반복된다고 털어놓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