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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는 섬마을, 여교사는 힘들다

술 권하는 섬마을, 여교사는 힘들다
▲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연관이 없습니다.

"고립된 섬에서 마을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주민들이 권하는 술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 '싸가지 없다'고 찍히면 교사로서 섬에서 생활하기도 힘들어진다"

전남의 한 섬마을 학교에서 근무하는 A여교사는 "섬에서는 제사나 집안 행사로 음식을 준비하면 불러서 나눠 먹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한다"며 "술자리로 이어질 것이 뻔한 데 그것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고 섬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A교사는 "관사가 눈앞에 보이는 곳이 대부분이라 좁은 동네에서 약속이 있다는 핑계를 댈 수도 없다"며 "그 자리에 안 가면 관사에 들어가 불을 켜야 하는데 그러면 거짓말이 들통나 두고두고 찍힌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상한 소문도 여교사들을 괴롭힙니다.

B교사는 "나와 상관도 없는 근거없는 얘기들이 마을에서 돌아 황당한 적이 있다"며 "마을 사람들이 말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아 입을 항상 무겁게 하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 교사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고 있다"며 "어쩌다 그냥 지나치기라도 하면 바로 버릇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정말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경남의 한 섬마을에서 3년간 근무했다는 여교사는 중학교까지 있는 비교적 큰 섬에 근무했는데도 관사에는 CCTV가 1대도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 여교사는 "혼자 섬 근무하는 게 꺼려져 자녀 2명을 데리고 들어가 3년을 살았고 퇴근하면 관사에서 잘 나가지 않고 애들과 함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3월 인천의 한 섬에 초임 발령받은 C 여교사는 이번 사건 이후 자신의 안부를 걱정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면서 "밤에는 무서워 관사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 내는 것은 물론 해가 지면 수차례 출입문이 잠겼는지 확인한다"고 털어놨습니다.

D교사는 "초임 교사의 경우 교육현장에서 배워야 할 점도 많은데 연수나 교육 기회가 적은 외딴 섬에서 근무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더욱이 신체적으로 약하고 어린 여교사들을 처음부터 섬으로 보내는 것은 신중하게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관사를 하루빨리 많이 교직원들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연립주택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전남 신안의 섬 학교에 근무하는 다른 여교사는 "학교별로 있는 관사를 연립주택 형태로 바꾸는 것이 현재로써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며 "방범과 사생할 보호 측면에서 지금의 관사보다 훨씬 개선될 점이 많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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