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원영이, 먹을 것 집착하는 모습에 가슴 아팠어요"

"원영이, 먹을 것 집착하는 모습에 가슴 아팠어요"
계모에게 학대당하다 버려진 신원영(7)군 자매를 2014년 3월부터 두 달 가량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돌봤던 평택 지역아동센터 당시 센터장 박향순(67·여)씨는 원영이를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박씨는 "2013년 겨울, 신군 남매를 처음 만났을 때 '밥은 먹었니'라고 묻자 '어제도, 오늘도 못먹었다'고 답할 정도로 굶주린 상태였다"며 "먹을 것을 풍족하게 준비했지만, 아침밥으로 국과 반찬이 무엇이 나올까 궁금해하는 등 먹을 것에 너무 집착했다"고 전했습니다.

박씨는 당시 아동센터에서 끼니를 해결하던 신군 남매의 아버지(38)가 "이혼 과정(소송) 중이라 아이를 돌볼 사정이 되지 않는다"고 말해 동의를 받고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박씨는 "아이들을 위탁할 수 있는 기관이 마땅치 않아 내린 결정"이라며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각서를 받고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왔다"고 말했습니다.

첫날, 목욕을 시키려고 이들 남매의 옷을 벗기자 양 허벅지, 종아리에는 회초리에 맞아 시퍼렇게 멍든 자국이 나왔습니다.

박씨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쳤는지 묻지 않은 채 "많이 아팠지. 곧 나을거야"라고 아이들을 다독이며 목욕을 마쳤습니다.

그는 "'맞았다', '혼났다'는 말을 이따금씩 듣긴 했지만, 폭행 흔적을 본 것은 처음이라 매우 놀랐다"며 "아픈 기억을 상기시키지 않으려 아이들을 위로하기만 했다"고 끔찍했던 순간을 회상했습니다.

이후 박씨는 목사인 남편과 신군 남매를 친 손자·손녀처럼 아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이들 남매가 계모 김모(38)씨와 함께 산 뒤부터 학대를 당하고 있을 것이란 의심이 들어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은 박씨를 '할머니'라고 부르며 따랐고 점차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박씨는 "우리집에 있는 동안 아이들은 조금씩 웃음이 늘었고, 노래를 부를 때도 있었다"며 "원영이는 집 앞에서 유치원 버스를 타고, 누나는 시내버스를 타고 학교를 갔다가 아동센터에서 함께 지내는 생활이 계속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신군 남매는 두 달 뒤인 2014년 5월, 일단 친모에게 보내졌다가 다시 아버지와 계모에게 보내졌습니다.

그 사이 친모는 한 달에 두 번씩 박씨 집에 찾아와 아이들을 만났지만, 아버지는 한 차례에 그쳤고, 계모는 단 한번도 온 적이 없다고 박씨는 설명했습니다.

박씨는 "아이들은 엄마(친모)가 온다고 하면 크게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차로 10분 거리에 사는 아버지, 계모는 아이들을 찾지 않았다"며 "이후 아이들을 계속 키울 수는 없어 친모를 믿고 돌려보냈다"고 당시를 기억했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간 신군은 같은해 12월부터 아동센터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40년 넘도록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아이들을 돌봐온 박씨는 이번 실종아동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박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를 많이 겪었다. 신군 남매처럼 아이들을 직접 데려다 키운 적도 있다"며 "앞으로는 재혼가정이나 한부모 가정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화 돼 소외된 아이들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신군 남매가 장기결석으로 아동센터 등록이 해지된 2015년 3월 이후에도 학대 의심이 들어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면서 "아동센터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모두 관심을 가져야 똑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