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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N포 세대'와 선거…'초심자의 행운' 실현될까

'초심자의 행운'. 흔히 처음 도박을 하는 초보자들이 규칙도 모르고 경험도 부족하지만, ‘코끼리 뒷걸음질’로 게임에서 이기는 걸 말한다. 사랑을 가장 모른 상태에서 시작한 첫사랑이 가장 뜨거웠고 평생 기억에 남듯 초심자에겐 그런 행운이 따른다. 그래서 신의 선물이라고도 했다. 선거에 있어서도 이런 초심자의 행운은 존재할 수 있을까.

최근 18세로 선거가능 연령을 낮추는 것을 두고 여야 모두 유불리를 따지며 셈법 계산에 열중이다. SBS데이터저널리즘팀이 19세로 투표 연령이 내려간 18대(2008), 19대(2012) 총선을 토대로 초심자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분석해봤다. 


우선 연령별 투표율을 봤을 때 초심자의 정치참여 낮다. 19세, 20대 전반(20~24세),20대 후반(25~29세), 30대 전반, 30대 후반, 40대, 50대, 60세 이상의 투표율을 분석해본 결과, 공통적인 패턴이 발견됐다. 19세부터 20대 후반까지 점차 투표율이 낮아진 뒤, 20대 후반을 변곡점으로 다시 상승해 60세 이상에서 정점을 찍는 'V'형 패턴이다. 기본적으로 19세와 20대의 선거 참여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최근 젊은층을 두고 3포(결혼 연애 출산 포기) 세대라고 표현하고, 몇 가지 포기 대상을 더해 '5포, 6포…'로 계속 늘어난다. 막막한 현실에 치여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고, 투표율도 낮아지면서 '선거'까지 포기 대상이라는 말도 나오는 있다.  

18대 총선에서 초심자인 19세 투표율은 33.2%로 20대 전반(32.9%)과 20대 후반(24.2%)보다는 높았지만, 전체 투표율(46.1%)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치였다. 이런 패턴은 19대 총선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19대 총선에서도 19세 투표율(47.2%)은 20대 전 후반보다는 높았고, 특히 20대 후반과 비교했을 땐 10% 차이가 났다. 투표를 통한 정치 참여에서 19세가 20대 전 후반보다 높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전체 투표율(54.2%)보다 낮다.

선거에 있어 초심자의 행운, 바꿔 말해서 19세 등 젊은층의 정치적 바람이 정치에 반영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높은 정치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런 점에서 19세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20대 전 후반보다 높다는 건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투표율보다는 낮고, 중장년층과는 20% 차이가 날 정도로 저조한 점에서 19세, 즉 초심자의 정치세력화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투표율뿐만 아니라 전체 선거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봤을 때도 초심자의 정치적 요구가 실현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19대 총선 당시 19세는 전체 선거인수 중 1.8%로  60대의 20분의1이다. 18대 총선 당시 비중(1.6%)보다 조금 오른 수치지만, 40~60대보다 턱없이 낮은 수치다. 게다가 적은 선거인수에 더해 투표율까지 저조하면서, 실제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투표자수 비율'은 더욱 낮다.

선거권을 가진 소수의 19세 중 실제로 투표를 하는 비율도 다른 세대에 비해 낮기 때문에 초심자의 정치세력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는 것도, 정치권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요원하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보면, 18세로 선거권이 확대돼 초심자의 나이가 어려진다고 하더라도 찻잔 속에 태풍 정도의 효과만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세력에서 선거권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19세와 20대가 '연대 세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19대 총선을 기준으로 19세와 20대를 합칠 때 전체 선거인수 중 18%를 차지한다. 18대 총선 당시에도 전체 선거인 중 21%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투표에 가시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전체 선거인 중 1~2%로 추정되는 18세까지 선거권을 확대할 경우 10대~20대의 선거인 규모도 늘어나고, 이들의 영향력도 더욱 확대되기 때문에 젊은층의 지지가 낮은 정치세력 입장에선 경계를 할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V자 곡선 형태를 보이는 세대별 투표율 특성상 19세와 20세의 실제 정치참여 정도(투표자수 비율)는 선거인수 비율보다 낮다. 19대 총선 당시 19세 20대를 합친 선거인수 비율은 18.2%였지만, 저조한 투표율 때문에 투표자수 비율은 14.1%로 줄었고,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높은 60대 비중은 커졌다. 

이런 V자 곡선이 나타나는 이유는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학 입학 후 사회인이 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환경에 따른 가치변화를 이유로 진단하고 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19세는 첫 투표라는 점에서 20대보다 투표에 관심을 가지고, 20대 전반은 대학에서 정치화를 거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20대 후반에 와서 취업준비 등 현실로 인해 정치적 무관심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 30대가 20대보다 정치 참여가 활발한 이유에 대해선 "지금의 30대는 IMF시절 대학생활을 한 세대로, 사회적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은 세대이기 때문에 지금의 20대보다 정치화된 측면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19세와 20대를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고 이와 함께 18세까지 선거권이 확대되더라도, '초심자의 행운'이 정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시각이 많다. 절대적으로 적은 선거인수,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저조한 투표율 때문이다. 하지만, 19세와 달리 18세는 고등학생이라는 점에서 집단적 성격이 강해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접전지역, 양당 경쟁, 나아가  3당 이상 경쟁구도가 됐을 때도 충분히 캐스팅 보트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선거 가능연령이 확대될 수록 이런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1,2위 득표수 차이가 1000표 미만인 선거구가 11곳이었고, 3당 이상 경쟁이 됐을 땐 이런 접전지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심자'가 정치 변수가 되기 위해선 젊은층 공략을 위한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민전 교수는 "우리나라의 세대 균열은 다른 국가보다 심각하기 때문에 세대를 통합하는 정책보다는 특정세대를 겨냥한 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 한다"며 "노인 기초연금에 대응하는 청년배당제 같은 정책적 이슈를 통해서 젊은층의 정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젊은층을 위한 정치권의 정책 제시도 중요하지만, 젊은층 역시 현실에 대한 불만족을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투표로 드러내는 정치에 대한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4월로 다가온 20대 총선에서 초심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들의 목소리는 얼마나 반영될까. 많은 변수가 있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그들이 얼마나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에 따라 그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지도 결정된다는 것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인턴)
디자인: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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