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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동남아 최빈국 라오스에 '乙'일 수밖에 없는 이유

황교안 총리 라오스,몽골 순방 동행 취재기 ① (라오스편)

[취재파일] 동남아 최빈국 라오스에 '乙'일 수밖에 없는 이유
▲ 라오스 통싱 총리와 황교안 총리

● 길어진 총리회담…이유는?
황교안 총리과 라오스 통싱 총리의 회담은 예상보다 30분 이상 길어졌다. 다음 일정인 대통령 면담 일정도 늦춰졌다. 회담장에서는 실무진들이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행사를 진행하는 라오스 공무원들은 회담장에 귀를 대고 진행상황을 엿보기도 했다.

회담이 늦어진 것은 큰 쟁점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통역이 문제였다. 라오스측이 발언을 하면 영어로 먼저 통역하고, 이를 한국어로 다시 통역했다.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보통사람보다 느린 황 총리의 말투도 문제였다. 회담 준비를 하는 공무원들은 총리 발언을 작성한 뒤 이를 직접 읽어보며 시간을 잰다. 느린 황 총리 말투를 생각해 일부러 천천히 읽으면서 시간을 맞췄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회담에서 황 총리의 말은 더 느렸다.
한-라오스 총리회담
●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았던 회담
발표된 회담 결과만 보면 한국은 라오스에 甲의 나라처럼 보인다.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많다는 얘기다. 한국이 무상으로 지원하는 공적개발 원조사업(ODA)이나 유상으로 지원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관련 협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무상원조 규모는 918만달러 규모로 차관은 내년부터 2019년까지 3억 달러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회담이 끝난 뒤 바로 계약이 체결됐다. 라오스를 우리의 고용허가제에 따른 노동 송출국으로 신규 지정하기도 했다. 라오스 인력의 한국 진출이 공식화된 것이다.

라오스가 요구한 것을 우리 정부가 받아들였다. 물론 한국에도 좋은 점이 많다. 한국어 시험을 치르려는 라오스 젊은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라오스 내 한류를 살릴 수 있고, 우리 기업 진출을 쉽게 할 수 있다.
한-라오스 EDCF 제공 등 계약 체결
● 수력발전소 건설 계약은 무산
하지만 언론의 관심은 K-water, 한국수자원공사가 시도하고 있는 수력발전소 건설 참여였다. 메콩강 남부 '세폰3' 댐 건설 사업이다.

총리 회담장 밖에서는 K-water, 즉 한국수자원공사의 최계운 사장이 초조하게 회담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담장 실무진이 나와 최 사장에게 뭔가를 계속 전했다. 회담 결과 계약 체결은 미뤄졌다. 황 총리가 라오스에 협조를 당부했고, 라오스 총리가 화답하는 정도였다. 1억 달러 정도의 사업 참여 계약이 무산된 것이다.

계약 체결을 위해 기다리던 최 사장은 헛걸음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총리 회담 전까지 실무협의에서도 이 안건은 결론이 나지 않았다. 건설될 댐까지의 도로 건설이나 송전선 건설 등 구체적인 사안에서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담장 밖의 최계운 수자원공사 사장
● 44조원 메콩강 댐 사업 잡아라
라오스의 수력발전소 사업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아주 매력적인 사업이다. 라오스에는 4천km에 이르는 메콩강이 절반 정도 걸쳐 있다. 그것도 산악지형이고 비도 많이 온다. 물살이 세다는 얘기다. 수력 발전에 최적지인 셈이다.

발전 잠재량은 2만5천MW다. 현재 우리나라 수력 발전량의 14배다. 하지만 현재 완공돼 운용되는 댐은 14개로 잠재력의 10% 정도다. 그 중 하나가 30년 전 대우가 만든 댐이다. 지금은 외국회사로 넘어갔다. 
포스코 건설의 남릭1댐 건설 현장
● 한국은 현재 2개 댐에만 참여
현재 만들고 있는 댐은 10개다. 이중 두 곳에 포스코건설과 SK건설이 참여하고 있다. 북부의 '남릭1 댐'에 포스코건설이 참여했다. 남부의 '세피안 세남노이 댐'에는 SK건설이 참여했다. 우리 기업은 그것이 전부다. 중국은 15개 댐 공사에 참여했고, 일본도 5개 사업에 참여했다. 주변국인 태국이나 베트남도 많이 참여했다.
SK건설의 세피안 세남노이 댐 건설 현장
라오스는 동남아시아 최빈국에 속한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은 1천3백 달러 정도다. 가난 탈출이 라오스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그래서 사회주의 국가지만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두르는 것이 댐건설이다.

자연 조건을 이용해 댐을 만들고 전기를 생산해 주변국에 팔기 위해서다. 라오스 자체도 전력은 부족하다. 하지만 더 급한 경제 사정 때문에 태국이나 베트남, 중국 등에 전력을 팔고 있다. 주변국이 댐을 만드는데 투자를 하고 자국으로 전력을 옮긴다. 그렇게 2-30년을 운영하다 라오스에 댐을 이관하는 것이다.

라오스는 앞으로도 61개의 댐을 더 지을 계획이다. 댐 하나를 짓는데 드는 비용은 규모에 따라 다르다. K-water는 1MW 규모에 3백만 달러 정도라고 설명했다. 우리 돈으로 33억 원 정도다. SK건설이 참여한 '세피안 세남노이 댐' 규모는 충주댐과 비슷한 410MW다. 

61개 댐 건설에 대해 K-water 최계운 사장은 44조원의 건설시장이라고 강조했다. K-water는 비록 1억 달러 정도의 수주액이지만 참여 자체에 의미를 강조했다. 44조의 댐건설 사업에 우리기업 참여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 "정치적인 성과 많았다"
이 수력발전소 건설 참여 계약이 무산됐지만 총리는 물론 수행원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순방에 동행한 한 외교관은 "총리의 라오스 방문은 정치 쪽에 무게 중심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였다.

라오스는 사회주의 국가로 북한과 가장 친한 나라 중 하나다. 최근에는 남북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래서 경제 문제와 달리 정치외교적인 면에서 우리나라는 甲이 아니다. 한 외교관은 "북한이 관련된 외교 문제는 우리가 항상 乙"이라고 말했다.
라오스 춤말리 대통령과 황교안 총리
● 황교안 총리, "확실한 성과"
총리 회담에 참석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라오스가 우리 편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라오스의 균형 입장이 한국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는 설명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통싱 총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 정책을 지지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춤말리 대통령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총리실의 장호진 외교보좌관은 라오스 정부가 "북핵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해도 된다"고 말했다.

순방단이 언론에 알리지는 않았지만 탈북자나 라오스에 거주하는 교민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성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황 총리도 기자를 만나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성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황 총리는 다음 순방국인 몽골로 향했다. 몽골 일정을 소화하면서 K-water의 라오스 댐 건설 참여 계약은 금명간 확정될 전망이란 소식이 들렸다. 최계운 사장은 라오스 담당 장관과 협의를 계속했다.

울란바토르에서 다시 만난 최 사장은 "K-water의 사업 참여를 전제로 이견 협상을 계속하는 라오스 장관의 결재를 받았다"고 말했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계약 날짜가 새로 정해졌다", "라오스 총리가 아주 미안해 했다"는 말도 했다. 황 총리의 라오스 방문 외교를 보면서 북한 문제가 여러 가지로 우리 세일즈 외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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