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의 일입니다. 행정자치부 출신 고위 공무원과 장례 얘기를 하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어떤 사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장,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장을 치렀는데 전두환-노태우 두 사람은 군사반란과 내란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가족장 밖에 치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고위 공무원은 “그렇지 않다. 국민의 정서와 달리 법률상으로는 국민장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저는 6년 전 그 고위 공무원의 발언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관련 법률을 직접 확인해 보았습니다. 현재는 국장과 국민장이 합쳐져 국가장으로 통일됐는데 제가 얻은 결론은 그 행정자치부 출신 공무원의 말이 맞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국가장법> 제2조는 국가장의 대상을 1. 전직ㆍ현직 대통령 2. 대통령당선인 3.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서거한 경우에는 유족 등의 의견을 고려하여 행정자치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결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장(國家葬)으로 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군사반란과 내란죄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은 제외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습니다.
그럼 대한민국 애국선열과 국군 용사들의 혼이 깃든 국립묘지 안장은 가능할까요? 법률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대한민국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는 국립서울현충원 및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대상자로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 또는 헌법재판소장의 직에 있었던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국가장법>에 따라 국가장으로 장례된 사람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국가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국립묘지 안장도 가능할 것처럼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 조항이 있습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형법 제87조에서 90조까지의 죄를 범한 사람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형법 제87조가 바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저지른 내란죄입니다. 그래서 국립묘지 안장은 법률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최종 권한은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갖고 있습니다.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두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업적을 고려해 국립묘지 안장을 허용하는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제6조4항에 따르면 전직대통령 또는 그 유족에게는 1.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警備) 2. 교통·통신 및 사무실 제공 등의 지원 3. 본인 및 그 가족에 대한 치료 4. 그 밖에 전직대통령으로서 필요한 예우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같이 금고(禁錮) 이상의 형이 확정된 사람은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警備)’를 제외하고 모든 예우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각종 예우 가운데 유독 경호와 경비만 해주는 것은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연금을 비롯해 거의 모든 예우에서 제외됩니다. 사실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장법>은 이들이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습니다. 한쪽에서는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를 받지 못하게 법률로 규정해 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망하면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국가장의 대상이 되게 한 것은 서로 모순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