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교육부가 만든 광고 영상입니다. 유관순 열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뒤, 현행 교과서에 언급이 없어 유관순을 모른다는 학생이 나옵니다. 한 번 보실까요?
'교과서에 없어서 모른다.' 얼핏 들으면 그렇구나 싶은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상식적인 차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광고에서 교육부는 "2014년까지 8종의 교과서 중 2종은 기술이 안 되었고 2종은 사진 없이 이름 등만 언급됐다"면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이야기 합니다.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9종,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는 8종이니 이 영상에 나온 학생은 고등학생으로 보입니다.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유관순 열사가 없어서 유관순을 모르는 고등학생이라니, 정말 놀랄 노자입니다.
현재 검인정 역사 교과서에 유관순이 없어서 문제라는 주장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그렇다면 현행 검인정 교과서 이전 국정교과서 등에는 어땠을까요? 1차 교육과정부터 7차 교육과정까지,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 역사 교과서까지 모두 살펴봤습니다.
먼저 검정제였던 1차 교육과정 역사 교과서입니다. 중등 고등 국사 모두 유관순은 없습니다.
2차 교육과정 역사 교과서를 보실까요? 중등 교과서에는 없고, 고등 교과서에 단 한 번 언급됩니다.
유신시대에 만들어진 3차 교육과정의 국정 교과서는 어떨까요? 중등 교과서에 "어린 여학생 유관순의 순국"이라며 지나가듯 한 번 나올 뿐이고, 고등 교과서에는 이것조차 없습니다.
4차,5차,6차 교육과정은 모두 비슷합니다. 중등 교과서에서는 유관순의 순국이라는 말이 딱 한 번씩, 고등 교과서에서는 각주에 아주 작게 '유관순의 순국 사실'이라는 말이 지나가듯 한 번 나옵니다.
드디어 7차 교육과정 중등 교과서에서 유관순에 대한 설명이 크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고등 교과서에서는 각주에서조차 유관순 열사의 이름은 사라졌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검인정 교과서에서는 사진과 함께 설명도 되어 있으니, 유관순 열사에 대한 내용은 검인정 교과서 체제로 전환된 뒤에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많이 증가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고등 교과서에 유관순이 없어서 유관순을 모른다는 고등학생을 정말 상식적인 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1차에서 7차의 교육과정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 즉 2013년 이전 졸업자들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유관순이 없어서 정말 유관순 열사를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이 일을 추진하고, 광고를 만드신 분들도 그 교육과정에서 공부하셨을 테니 말입니다.
교육부도 유관순 열사에 대해 언제 중점적으로 배워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과정 고시를 살펴보면 유관순 열사가 주요 학습 요소에 들어가 있는 과정은 바로 초등학교 교육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교육부가 문제 삼고 있는 검인정 교과서 모두, 교육부가 사전에 수십, 수백 개의 수정을 하게 한 뒤 최종 승인해 학교에 배포한 것들입니다. 이쯤 되면 '누워서 침뱉기'라는 속담이 떠오릅니다.
역사 교과서 안의 유관순 열사의 기술 여부가 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핵심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왜 핵심이 아닌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교육부는 언론들의 이런 문제제기들에 대해 "일부 교과서에 유관순 열사와 관련한 내용이 누락되었음을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렇다면 2014년에는 유관순 열사가 없었던 교과서들도 현재는 모두 유관순 열사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는 사실도 전달했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