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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광주U대회 불참 이유…"메르스 유입 무서워서?"

북한이 22일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광주U대회) 불참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습니다.

일단 북한이 밝힌 불참 이유는 남측 정부가 북한에 대해 대결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대한 불만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최근 남한에서 확산되고 있는 메르스가 북한으로 전염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도 중요 이유로 꼽았습니다.

전극만 북한대학스포츠연맹 회장은 광주U대회 조직위원회에 보낸 이메일에서 유엔 인권기구 서울사무소 개소와 남측의 '군사적 대결 추구'를 불참 이유로 꼽았습니다.

북한이 지난 6월15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발표한 '정부 성명'을 통해 남북 당국간 대화를 제의하며 관계개선 입장을 밝혔지만 남측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불쾌감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제사회의 인권 공세에 남한이 적극 협력하는 가운데 내일(23일) 인권사무소가 문을 열면서 대회 불참 입장을 확고히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과거에도 북한은 남측에서 벌어진 '반북 행위'를 문제 삼아 국제체육경기 대회 불참을 통보했었습니다.

2003년 8월 참여정부 시절 국내 보수우익 단체가 8·15 집회에서 인공기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자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불참 의지를 강력히 시사했습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과 정세현 당시 통일부 장관의 유감 표명으로 북한은 대회를 이틀 앞두고 전격 참가 의사를 통보했습니다.

남쪽에서 열리는 국제체육경기대회의 북한 선수단 참가 여부도 사실상 남북관계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북한이 광주U대회에 불참 이유로 내건 정치적 이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북한은 작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서도 응원단 파견 문제 등을 놓고 남한 정부와 갈등을 빚었지만 최소한 선수단은 참석시켰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대회를 불참한 이유는 사실상 정치적 이유와 함께 남측에서 확산되고 있는 메르스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북한은 작년에도 에볼라 전파를 우려해 최룡해 노동당 비서 등 해외를 다녀온 모든 고위간부를 포함한 전 주민의 21일간 격리를 의무화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특히 작년 10월 말 4개월간 북한을 오가는 외국인들에게까지 무차별적인 격리를 강요해 관광 수입에 엄청난 타격을 보면서도 조금도 동요함이 없이 에볼라 격리 조치를 강화했습니다.

열악한 의료시설과 부족한 약품으로 북한으로서는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적극적인 예방에 나서고 있는 셈입니다.

더욱이 북한은 외부 적대 세력이 전염병을 북측에 유입시켜려 한다는 경계심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메르스 때문에 이번 대회 불참을 통보한 나라가 없는 상황에서 체면상 메르스를 불참 이유로 밝히는 대신 정치적 이유를 내세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U대회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메이저 대회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치적 이유나 메르스 감염을 더 중시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정치적 이유를 불참 이유로 밝힌 만큼 무시할 수는 없어 보인다"며 "그러나 어쩌면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울 뿐 메르스에 대한 경계심이 더 큰 이유일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이번 대회 불참을 통보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전극만 회장 명의로 에릭 상트롱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사무총장에게 보낸 이메일이지만 실제 당사자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신 전 회장의 이메일은 대회 조직위원회에 수신됐습니다.

북한이 업무상 실수인지 아니면 아직 참석 여지를 남겨둔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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