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빙과 충돌했다고 영국 군 당국은 발표했지만 긴가민가하는 반응입니다. 잠수함의 두꺼운 철판이 종잇장처럼 찌그러진 데다 어른 몇 명이 들어앉을 수 있을 크기로 구멍까지 뚫렸습니다. 대형 유빙과 충돌해야 발생할 수 있는 손상인데 탤런트 함에서는 왜 몰랐냐는 겁니다. 러시아 잠수함 또는 함정과 충돌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 대 러시아 작전 중 사고 발생
영국 해군은 “탤런트 함이 북극해 유빙 지역에서 작전을 하다가 유빙과 충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형 유빙과 무방비로 충돌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유빙은 탐지하지만 모든 유빙을 탐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수리비는 미화 74만 달러로 추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고 발생 지역과 시점은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잠수함이 전망탑에 구멍이 난 상태로 북극해에서 영국까지 어떻게 왔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안 하고 있습니다. 점잖은 군사 저널 IHS 제인스 조차도 ‘미스터리’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 1981년 기억이 떠오르다
1981년 사건은 영국 잠수함이 러시아 잠수함과 충돌했는데 영국 해군이 유빙과 충돌했다고 거짓 발표한 일입니다. 그때는 영국 핵 잠수함 셉터 함이 러시아 핵 잠수함 K-211과 충돌했습니다. 셉터 함의 전망탑도 탤런트 함처럼 큰 구멍이 뚫렸습니다. 그런데도 승조원들은 “얼음과 충돌했다고 말하라”는 명령을 받고 그렇게 거짓말을 해왔던 사건입니다.
군이란 조직이 어느 나라에서나 은밀한 작전을 많이 하다 보니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뭐든 숨기는 습성이 몸에 배기도 쉽고, 그래서 콩으로 메주를 쒔다고 말해도 믿지 않는 일이 많은가 봅니다. 군이 하는 일을 민간인들이 일일이 알아서는 안되겠지만 너무 쉬쉬하면 신뢰가 깨지니까 ‘선’을 잘 지켜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