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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난해 제일 '운' 좋았던 프로야구팀은?

[취재파일] 지난해 제일 '운' 좋았던 프로야구팀은?
대부분의 팀 스포츠에서는 상대방보다 점수를 많이 내는 팀이 이긴다. 즉 강팀은 점수를 많이 얻고, 적게 내주는 팀이다. 특히 프로야구처럼 100경기 넘게 장기전을 치르는 종목에서는 더욱 그렇다. 짧은 기간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6개월의 장기 레이스가 끝나고 나면 강팀은 득점이 많고 실점은 적게 돼 있다. 거꾸로 말하면, 득점이 적고 실점이 많은데 순위가 높은 팀은 많지 않다. 그런 팀이 있다면 운이 좋았던 거다. 여러 통계 연구에 따르면, 득점은 적고 실점은 많은데 꾸준하게 높은 승률을 올리는, 즉 전력이 약한데 꾸준히 순위가 높은 팀 혹은 감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경향에 착안해, 야구연구계의 선구자 빌 제임스가 고안한 기록이 ‘피타고라스 승률’이다. 학창시절 수학 시간에 배운 ‘피타고라스 공식’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득점과 실점을 이용해, 팀의 ‘진짜 실력’을 보여준다. 공식은 득점의 제곱/(득점의 제곱+실점의 제곱). 당연히 득점이 많고 실점이 적은, 즉 강한 팀이 피타고라스 승률도 높게 나온다. 그리고 피타고라스 승률과 실제 승률은 꽤 비슷하다.

야구 연구계에서는 실제 승률과 피타고리안 승률이 차이가 난다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라고 본다. 1. 운. 2. 구원투수진의 능력. 불운한 팀은 피타고리안 승률은 높은데 실제 승률은 낮을 것이다. 운이 좋은 팀은 그 반대일 것이다. 구원투수진이 강한 팀은 점수 차이가 적은 접전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이긴다. 그래서 득실점차가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조금 더 많은 승리를 챙긴다.    

각 팀의 앞으로의 승률은, 현재까지의 실제 승률보다 피타고라스 승률과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피타고라스 승률이 팀의 실력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니까 당연한 일이다. 만약 특정 시기까지 득점이 많고 실점이 적은데 실제 승률이 지나치게 낮은 팀은, 앞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득점이 적고 실점이 많은데 실제 승률이 지나치게 높았던 팀은,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아래는 지난해 9개 팀의 피타고라스 승률과 실제 승률이다.
 
이성훈 취파 표

피타고라스 승률과 실제 승률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3팀, 한화와 롯데, NC가 눈길을 끈다. 

1. 이상한 말 같지만 최하위 한화는 지난해 가장 운이 좋았던 팀이기도 하다. 실제 승률이 피타고라스 승률보다 무려 19%가 높았다. 이건 엄청난 기록이다.  프로야구사에서 실제 승률이 피타고라스 승률보다 이보다 높았던 팀은 1991년 태평양뿐이다.
 
<프로야구사에서 가장 운이 좋았던 5팀>
이성훈 취파 표
지난 10년 동안 피타고라스 승률이 0.327보다 낮았던 팀은 2013년의 한화(0.313)뿐이다. 지금까지 김성근 감독이 맡은 6팀 중에, 직전 시즌 피타고라스 승률이 이보다 낮은 팀은 없었다.

 
<김성근 감독 부임 직전 시즌 피타고라스 승률>
이성훈 취파 표
그러니까 김성근 감독은, 자신의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취재파일 사진
2. 롯데는 한화와 정반대였다. 선수단의 극심한 내분에 히메네스의 개점 휴업, 국민적 공분을 산 CCTV 파문까지 터진 혼돈의 와중에도 득점과 실점이 비슷했다. 그래서 5할에 가까운 피타고라스 승률을 찍었다. 하지만 실제 승률은 8%나 낮았다. 지난 10년 동안 실제 승률이 이보다 낮았던 경우는 3팀뿐이다. 그러니까 롯데는 지난해 어마어마하게 불운했던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가장 불운했던 5팀>
이성훈 취파 표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롯데는 장원준과 전준우, 그리고 외국인 선수 3명이 빠져나갔다. 장원준과 전준우, 옥스프링의 이탈은 뼈아프다. 히메네스와 지난해 최악의 풀타임 외국인 투수였던 유먼과의 작별은 도리어 전력 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새로 들어온 외국인 선수 3명, 린드블럼과 레일리, 아두치는 시범경기에서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취재파일 사진
3. 롯데 다음으로 불운했던 팀은 NC였다. 실제 승률이 피타고라스 승률의 93%에 불과했다. 사실 NC의 불운은 2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3년에도 NC는 피타고라스 승률(0.463) 대비 91%밖에 안 되는 실제 승률(0.419)을 기록했다. 위 표에서 보듯 지난 10년 사이에 2009년 한화에 이어 두 번째로 불운했던 시즌이었다. 2013년이야 FIP 최하위(4.80)였던 불펜 탓이라 쳐도, 지난해는 순전히 ‘박복’했던 걸로 보인다. 그러고도 오랫동안 삼성-넥센과 선두 싸움을 벌인 거다.

NC의 지난해가 놀라운 또 다른 이유는 팀 연봉이다. 지난해 NC 선수단의 연봉 총액은 40억1천100만 원. 46억9천400만 원의 8위 KIA보다 한참 적은 최하위였다. 21세기 들어 연봉 총액 최하위 팀이 가을잔치에 오른 경우는 딱 두 번 뿐. 2007년의 두산과 지난해의 NC다. 감독은 두 팀 모두 같은 사람이었다. 김경문 감독의 ‘육성 능력’을 보여주는 여러 증거들 중 하나다. 외국인 투수 한 명이 빠지고 불펜의 핵심요원 원종현이 암과 싸우고 있는 올 시즌에도, NC를 만만하게 보면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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