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동네 음식점들은 배달을 통해 매상을 올리는 곳이 많습니다. 요즘엔 배달 기사들을 고정적으로 고용하는 곳보다 모바일 어플을 통해 필요할 때마다 하루씩 구해서 쓰는 가게가 많다고 합니다. 배달 기사를 쓰는 것 마저도 모바일 앱 없이는 어려운 실정인데요, 스마트폰이 바꿔놓은 이런 세태가 자영업자들과 배달기사 사이 관계마저 바꿔놓고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동네 배달 가게들은 요즘 배달기사를 못 구해서 발만 동동 구릅니다.
[김승환/치킨집 사장 : (구인광고를) 11월부터 2월 말까지 올려놨었는데요, 저한테 걸려온 전화가 한 통도 없었습니다.]
가게 사장들은 스마트폰에 '일당 앱'이란 것이 생기면서 그간의 고용 관행이 깨졌다고 설명합니다.
'일당 앱'이란 며칠 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배달기사를 구한다고 올리면, 기사가 자기가 원하는 가게를 고르도록 해주는 일종의 중개 프로그램입니다.
[박상수/분식집 사장 : (저희 집에) 6개월 동안 있었던 그 (배달 기사) 친구도 이거(일당 앱) 생겼다고 해서 나가버렸어요.]
이유는 시급 차이입니다.
일당 앱으로 사람을 쓸 경우 6시간에 6만 원, 12시간에 10만 원이 최소 금액, 주말 같이 바쁠때엔 더 올라서 시급이 2만 원 까자ㅣ도 치솟습니다.
[피자 가게 사장 : (일당 앱 생기기 전에는 시급을 얼마나 주셨었어요?) 시급 6천 원에서 7천 원이요. (일당 앱이 생긴 이후에는 어떻게 변했어요?) 한 달에 (기사 한 명당) 90에서 100만 원이 더 나가는 거죠. 그런데 배달직원이 한 세 명 이 있어야 해요, 거기서 차이 나는 게 얼맙니까. 전 10원 하나 못 가져갑니다.]
문제는 인건비는 올랐는데, 업무 효율은 더 떨어졌단 겁니다.
회색 옷을 입은 치킨집 주인, 붉은색 옷을 입은 일당 배달 기사. 둘이 동시에 배달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배달 기사는 길을 잘 모릅니다.
[일당 배달 기사 : 지도 나와 있는 건 여기 없나요?]
결국 먼저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주인.
두 번째, 세 번째 배달을 연달아 나가는 동안 처음 나간 배달 기사는 여전히 돌아올 줄을 모릅니다.
[주방 직원 : 배달 하나 더 나가셔야 하는데…]
[치킨집 주인 : 왜 안 와?]
[주방 직원 : 가서 아직 안 왔어요.]
[((일당 기사) 그 분이 가신 데가 사장님 가신 데보다 더 먼 데에요?) 그렇게 멀지도 않아요. 벌써 오시고도 남았어야 하거든요.]
10년 넘게 배달일만 해온 기사지만, 일당 앱을 통해 오늘 처음 이 치킨집에 와서 딱 하루만 일해주는 일종의 프리랜서이다 보니 동네 지리를 몰라 느린 겁니다.
[일당 배달 기사 : 아무리 내가 배달 잘해봐야 직원만큼 더 잘하겠어요? 직원은 오래 있으면 더 잘하는 거지, 뭐.]
업주들은 불만이지만 속도 경쟁 탓에 목숨 건 질주를 하면서도 박봉에 시달려야 했던 배달기사 입장에선 반가운 변화입니다.
수수료가 없다는 점도 배달 기사들이 이 배달 앱 서비스에 가입하는 큰 이유입니다.
현재 이 배달 앱에는 서비스 시작 불과 9개월 만에 배달 기사 4천 명 이상이 가입했습니다.
[배달 기사 : 고정적으로 일하는 사람보다 급여가 많다고 생각하니까. 혹할 수 있는 조건이죠. 배달 일이라는 게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힘들고 그런 건데 그런 날 뭐 안 해도 되는 거고. 물론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엄청 열심히 하시고요.]
최근엔 이 앱이 곧 유료화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배달 가게 업주들 고민이 깊어 졌습니다.
현재도 음식을 주문받을 때마다 많게는 15%까지 배달앱 업체에 수수료를 내고 있는데, 앞으로는 음식을 배달할 사람을 구할 때도 수수료를 내면 뭐가 남겠느냐는 겁니다.
[중간에서 마진은 다 가져가는데 저는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가. 또 새로운 어떤 것들이 또 생겨서 저희에게 수수료를 요구할 텐데, 그다음 단계가 뭔지 참 두렵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배문산·설민환, 영상편집 : 윤선영, VJ : 김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