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형법은 경찰이 피의자를 조사할 때 가혹 행위를 하면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욕설이나 폭언 등 강압 수사를 막는 조항은 없어서 수사 기관의 강압 수사 논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최근에도 한 경찰관이 강압수사로 조서를 작성했다가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한세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대학생 박 모 씨는 지난해 2월, 여대생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습니다.
박 씨는 경찰에서 데이트한 적은 있지만, 성폭행하려 한 사실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경기 군포경찰서 허 모 경위는 박 씨 진술과 다른 내용을 조서에 포함 시켰습니다.
'멀티방에 같이 갔느냐'는 허 경위 질문에 박 씨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허 경위는 조서에 '멀티방에서 성폭행한 사실이 있느냐'로 질문을 바꿔 적었습니다.
멀티방은 게임 등을 하면서 젊은이들이 데이트하는 곳입니다.
진술과 다른 내용을 적었다며 박 씨가 항의하자, 허 경위는 조서 내용을 마지못해 고쳤습니다.
[허 모 경위/경기 군포경찰서 : 이 부분을 왜 고치려고 하는지 물어보는 거야? 무슨 의도인 거야? 범죄 사실과 전혀 상관없는 걸 뜯어고치려는 건 네가 평생 처음이다.]
조사 과정에서 욕설과 비속어를 쓰며 박 씨와 박 씨 어머니를 윽박지르기도 했습니다.
결국, 경찰은 고소인 진술을 토대로, 박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박 씨에 대해 혐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여대생이 피해를 주장하면서도 박 씨를 계속 만났고, 범행 장소로 지목된 곳이 공개된 장소였는데도 여대생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성폭행당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본 겁니다.
박 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경찰은 조사를 거쳐 허 경위에게 경고 징계를 내리고 인권 교육을 받도록 명령했습니다.
허 경위는 욕설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조서는 박 씨 뜻대로 고쳐줬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허 경위는 지난 2009년, '우수 경찰'로 선정돼 경찰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하 륭, 영상편집 : 최진화, VJ : 이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