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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연기처럼 사라진 일가족…4년 만에 붙잡힌 살해 용의자는?

[월드리포트] 연기처럼 사라진 일가족…4년 만에 붙잡힌 살해 용의자는?
5년전, 맥스테이 가족은 미국 샌디에이고 북쪽의 작은 도시 폴브룩에서 ‘캘리포니아 드림’을 꿈꾸며 살고 있었습니다. 소위 잘 나가는 사업가였던 ‘조셉 맥스테이’는 사랑스러운 아내 ‘서머’와 두 아들 딸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2월 4일 밤, 맥스테이 가족은 그야말로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그로부터 11일 뒤 실종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조셉의 형이었습니다.. “전 그저, 계속 통화가 안 되길래 동생이 바쁘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동생이 가족들을 데리고 어디 여행이라도 간 게 아닌가 했지요.”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참으로 암담한 노릇이었습니다. 집 안에는 싸운 흔적도 없었습니다. 모든 가구와 집기가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단서조차 찾지 못하던 차에 실마리가 잡혔습니다. 맥스테이 가족의 차가 멕시코 국경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주차장에서 발견된 것이었습니다. 국경 근처에 불법 주차해놨다가 견인된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또, 맥스테이 가족의 컴퓨터에서 멕시코 비자를 받는 방법을 검색한 흔적도 찾아냈습니다. 결정적으로 실종 나흘 만인 2월 8일 네 가족이 멕시코 검문소를 통과하는 흐릿한 CCTV 화면도 확보했습니다.
[월드리포트] 박병
 경찰이 조셉의 부모를 불러 이런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멕시코로 여행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혹시라도 그곳에서 무슨 문제가 있어서 연락이 두절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조셉의 부모는 전혀 믿지 않았습니다. “아들과 며느리가 두 어린 손자들을 데리고 느닷없이 멕시코로 갔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보이 스카웃을 데려다가 수사를 해도 그보다 나을 거예요.”
 
그도 그럴 것이, 맥스테이 가족의 집 부엌 탁자 위에는 달걀 요리가 놓여 있었고, 거실 테이블 위에는 팝콘이 담긴 그릇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맥스테이 가족의 애견 두 마리도 집에 있었습니다. 먹다 만 달걀과 팝콘을 놔두고 애견도 집에 놔 둔 채 멕시코로 여행을 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겁니다.
[월드리포트] 박병
조셉의 아버지는 ‘텍사스 에퀴서치’라는 수색-구조 전문 조직의 창설자인 팀 밀러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팀 밀러는 프리랜서 조사관이자 저널리스트인 스텝 와츠에게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와츠는 한가지 실마리가 될 만한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맥스테이 가족이 실종된 날 밤, 맥스테이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뒤지던 끝에 ‘체이스 메리트’라는 사업 파트너에게 마지막 전화를 건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전화를 걸기 40분 전에 맥스테이의 차가 집을 떠나서 어디론가 향하는 장면이 이웃의 CCTV에 찍힌 것이었습니다.
 
와츠는 이렇게 말합니다. “조셉이 메리트에게 뭔가 도움을 청하려고 전화를 했던가 아니면 누군가 조셉이 건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 전화를 걸었을 수도 있지요.” 이 전화 통화는 나중에 용의자를 잡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데 이는 잠시 뒤 설명하겠습니다.
 
맥스테이 가족의 실종 사건이 미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경찰의 움직임도 빨라졌지만 수사는 제자리 걸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맥스테이 가족의 행방을 찾을 단서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2013년 11월, 이 사건의 흐름을 뒤바꿀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월드리포트] 박병
 맥스테이 가족의 것으로 보이는 유골 4구가 발견된 겁니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모하비 사막을 여행하던 한 사람이 우연히 유골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경찰이 유골의 치아와 맥스테이 가족의 치과 기록을 분석 대조한 결과 유골은 맥스테이 가족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니까 맥스테이 가족의 유골은 엉뚱하게도 멕시코 국경으로부터 북쪽으로 240킬로미터, 그리고 집으로부터 160킬로미터 떨어진 사막에서 발견된 것이었습니다. 유골을 분석한 결과 뭔가 둔탁한 물건으로 머리를 맞아 숨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때부터 경찰은 맥스테이 가족 실종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전환해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월드리포트] 박병
맥스테이 가족의 유골이 발견된 지 1년만인 지난해 11월 5일, 경찰은 맥스테이 가족 살해 용의자로 ‘체이스 메리트’(58세)를 체포했습니다. 메리트는 앞서 사설 탐정 와츠가 발견했던 조셉이 핸드폰에 맨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수신자였습니다. 경찰은 4천5백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기록과 60건의 수색 영장, 그리고 2백건에 가까운 인터뷰 기록을 토대로 메리트를 주요 용의자로 지목했고, 조력자 없는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를 용의자로 지목한 구체적인 증거나 이유에 대해서는 재판 때까지 밝힐 수 없다며 함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CNN은 최근 메리트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맥스테이 가족이 사라진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월드리포트] 박병
 앞서 언급한 대로, 메리트는 숨진 조셉의 사업 파트너였습니다. 조셉은 일종의 ‘폭포’ 관련 사업을 하고 있었고 메리트는 집안에 설치하는 ‘폭포’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사업 파트너 관계를 맺었고 동반 성장 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과 조셉의 가족은 거의 매주 함께 만나서 식사도 하고 놀기도 하는 등 매우 친하게 지냈습니다.” 게다가, 조셉이 사라진 날에도, 두 사람은 점심 식사도 함께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점심을 함께 먹을 때만 해도 조셉은 평소와 다름 없이 쾌활했어요. 별로 이상한 점이 없었죠.” 하지만 조셉의 아버지의 설명은 다릅니다. “아들이 메리트가 제대로 폭포를 만들지 못해 늘 속상해 했어요. 용접에도 문제가 많다고 푸념했고요.”
[월드리포트] 박병
 조셉이 사라진 날 밤, 마지막으로 건 전화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밤에 가족과 함께 TV를 보고 있었는데 전화 벨이 울리더라고요. 받을까 말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받지 않았습니다. 그때 전화를 받았다면 제가 살해 용의자로 몰리지 않았을 텐데….” 그러니까 조셉의 전화가 왔었지만 받지 않았었다는 얘깁니다. “조셉과 가장 마지막에 만난 사람이 저이고, 또 조셉이 사라지기 직전에 전화를 건 사람도 저였으니까 당연히 저를 의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저는 조셉의 실종이나 사망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월드리포트] 박병
 맥스테이 가족의 의문의 실종과 3년만에 발견된 유골, 그리고 또 다시 1년 만에 살해 용의자로 붙잡힌 사업 파트너, 게다가, 살해 동기나 증거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경찰과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피의자…. 실제 사건이라기 보다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결국 이 사건과 관련해 4천 5백쪽에 달한다는 수사 기록과 각종 증거는 오는 4월 7일, 예비 심문 과정에서 일부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피의자인 메리트와 치열한 법정 공방 속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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