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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또 씻고' 지나친 청결, 면역 체계 흔든다

<앵커>

손 자주 씻는 것과 같은 깨끗한 위생 습관, 중요하죠? 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청결만 따질 경우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조동찬 의학 전문기자입니다.



<기자>

1973년 남태평양 마우케 섬에서는 주민 600여 명의 3분의 1인 180명이 기생충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미국 전염병 연구소가 위생 교육에 나섰고 20년 뒤 기생충 감염률은 5%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기생충병은 줄어든 반면, 천식,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이 다섯 배나 증가한 것입니다.

지나친 청결이 면역 세포의 불균형을 불러와 알레르기 질환을 늘게 한 겁니다.

[김동수/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원장 : 너무 청결한 환경, 이런 것들 자체가 오히려 우리 대장에 세균층들을 변화시키면서 2차적으로 알레르기 질환 같은 것들이 증가될 수 있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올해 미국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감염 병 세계 지도입니다.

감염병 발생률이 낮은 곳은 노란색, 높은 곳은 붉은색으로 표시했는데요, 미국이나 유럽, 호주처럼 보건 위생이 발달한 나라는 노란색이고, 남미나 아프리카 나라들은 거의 붉은색 일색입니다.

그런데 어린이 당뇨병 유병률 지도를 보면 반대로 유럽과 미국, 호주는 붉은색이고 남미와 아프리카 나라들은 노란색입니다.

결국, 청결하면 감염병 발병률은 낮아지지만. 소아 당뇨병 발병률은 높아진다는 얘기입니다.

우리 몸 속에는 외부 환경에 반응하는 외부대응 면역체계와 자신의 세포 수를 조절하는 자가면역체계가 작동되고 있습니다.

청결한 환경에 살면서 세균이나 기생충이 아예 인체내에 침범하지 못하게 될 경우, 외부대응 면역체계는 축소됩니다.

대신 자가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발달하게 됩니다.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자가 면역 세포는 급기야 신체내 인슐린 분비 조직까지 파괴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지나친 청결이 알레르기는 물론 당뇨까지 유발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도 위생상태가 좋아지면서 소아 알레르기 질환이 10년 전에 비해 크게 느는 추세입니다.

[김춘예/구리시 인창동 : 흙장난은 조금씩 하는 편인데, 그렇게 할 기회는 많지 않아요.]

때문에 '감염 병을 줄이면서 동시에 면역력도 키울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위생이 어떤 것일까'가 의료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남일,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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