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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검찰은 금요일을 좋아해

- 청와대 비서관 소환 조사를 금요일에 알린 이유는?

[취재파일] 검찰은 금요일을 좋아해
금요일. 모든 직장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날입니다. 눈부신 햇살 아래 펼쳐질 꿈 같은 주말이 기다려지는 날입니다. 기자들도 금요일을 사랑합니다. 일요일에는 신문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신문기자들은 토요일 하루 완전한 휴식을 보장받습니다. 매일 뉴스를 하는 방송기자들도 주말에는 팀 별로 1~2명만 출입처를 지킵니다. 행복한 주말을 예고하는 금요일은 정말 사랑스런 날입니다.

검찰도 금요일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금요일 오전,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난 수요일에 소환 조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요일에 소환 조사한 사실을 금요일에 발표하는 건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죠. 이와 함께 목요일 저녁 늦게 김모 전 민정비서관도 소환조사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모 전 민정비서관은 저녁을 먹고 검찰청에 들어와 자정이 되기 전에 나갔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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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두 사람의 소환 조사 사실을 굳이 금요일에 발표한 이유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정말 우연에 우연이 겹쳐 금요일에 발표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금요일 밤 뉴스와 토요일 아침 조간신문을 챙겨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신문이 나오지 않는 일요일을 거치면 뉴스의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공교로운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의심이 합리적으로 여겨지는 건, 검찰의 공교로운 조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지난 해에도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금요일 오후에 발표해 일부 언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이번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 소환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관계자와 기자단의 비공식 간담회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보도자료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그전에도 검찰은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수사 결과를 추석 연휴 전알에 발표한 전례가 있습니다.

생각해봅시다. 정치적 부담이 가는 내용을 금요일에 발표한 것이 정말 우연에 우연이 겹친 공교로운 일이라고 칩시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 두뇌 집단의 하나인 검찰 조직, 그 중에서도 엘리트 검사들이 모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에, 금요일에 이런 내용을 발표하면,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까요? 아니면 그런 비판이 나올 것을 충분히 예측하면서도 '배려'를 해줘야만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걸까요?

민간인 사찰에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나 김 모 전 비서관이 얼마나 깊숙히 개입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해 검찰이 얼마나 철저히 수사했는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검찰이 정식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검찰이 수사를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해 볼 수 있겠죠.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굳이 '금요일 발표'라는 정정당당해 보이지 않는 수단을 사용했어야만 하는지 의문입니다. 검사도 기자도 금요일을 참 좋아하지만, 금요일에 무언가를 은근슬쩍 발표하는 행동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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