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것을 두고 '특혜 시비'로 후폭풍이 이어지자 대한축구협회가 그동안의 과정에 대한 해명에 나섰습니다.
축구협회는 어제(22일) 홈페이지에 '대표팀 감독 선임과정 관련 Q&A'를 실었습니다.
축구협회가 지난 7일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내정하자 '5개월여 동안 100여 명의 후보군을 놓고 고민하다 홍 감독을 선택한 것은 미리 짜인 각본이었다'라며 축구 팬의 눈총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박주호가 홍명보 감독의 선임 직후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내 감독을 무조건 지지하는 위원들이 많았다. 어떤 외국 감독을 제시하면 무조건 흠을 잡았다. 전체적인 흐름은 홍명보 감독을 임명하자는 식으로 흘러갔다"라고 주장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했습니다.
축구협회는 이날 'Q&A' 방식으로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사령탑 선임 과정을 시간 순서에 따라 설명하며 사령탑 선임의 절차에 문제점이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캐나다 대표팀을 이끄는 제시 마쉬 감독과 협상이 결렬된 이유에 대해선 "국내 거주 요건과 세금이 문제였다"라며 "화상과 대면 면담을 통해 1순위로 협상이 진행됐다. 초반에는 연봉 규모나 국내 거주 요건에 대해 호의적이었지만 소득세율 등 세금 문제로 협상이 지연됐다. 최종적으로 국내 거주 문제와 세금 문제로 감독직 제안을 포기한다는 회신이 돌아왔다"고 밝혔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제대로 된 평가 과정 없이 '프리패스'로 사령탑에 선정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외국인 후보들은 면담 일정이 순조롭게 잡혔고, 두 명의 외국인 후보의 우선순위도 결정하고 계약 조건에 대해 조율도 했다"라며 "다만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후보자들이 설명하는 게임 모델 검증이나 전술적 선택들이 대한축구협회의 기술철학가 접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마지막으로 홍 감독을 만났는데, 면담이 진행되지 않으면 외국인 지도자 중 우선순위 감독과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라며 "이 기술총괄이사는 홍 감독과 면담을 통해 대표팀 운영 방안, 한국축구 기술철학 각급 대표팀 연계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그에 대한 협력과 실행 의지 등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이 기술총괄이사가 홍 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축구협회는 또 '외국인 감독은 장문의 분석 자료를 제시했지만 홍 감독은 그렇지 않아 특혜다'라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한 감독은 22페이지의 자료와 경기 영상 16개, 다른 감독은 16페이지 자료를 제시했다. 하지만 자료의 양이 감독의 능력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근거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축구협회는 "전력강화의원회 1차 회의 때부터 위원들이 국내 감독들의 철학과 경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자료를 제출받지 않았다. 초창기부터 국내 사령탑 가운데 1순위는 홍명보 감독이었다"며 "홍 감독은 울산 HD를 4년간 맡으면서 K리그1 2연패를 하는 등의 업적이 있다. 전력강화위원들도 국내 감독을 뽑는다면 홍 감독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축구 팬을 비롯한 축구 전문가들의 여론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유튜브 '이스타TV'를 운영 중인 이주헌 축구 해설위원은 축구협회의 공식 입장문에 대해 "이 정도로 얘기할 정도면 정말 기준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홍명보 감독도 면담을 하고 PPT 준비하고 했으면 누가 이 정도까지 뭐라고 했겠나"라며 비판했습니다.
이례적인 축구협회의 '장문 입장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명된 게 없다는 겁니다.
이 해설위원은 "대체 어떤 '축구 철학'이 있는 감독을 데리고 오려 했던 건지 모르겠다"며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 같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채널을 운영 중인 황덕연 축구 해설위원은 '홍명보 감독 선임 절차'를 기업 채용 절차로 비유하며 "회사가 직원을 뽑을 때 1·2차 면접 등 절차를 거칠 텐데, (홍 감독의 경우는) 예전에 우리 회사에서 일한 적 있어서 면접도 없이 불러 놓고 채용한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형욱 축구 해설위원 역시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유럽 출장 가서는 외국인 감독 후보들의 생각을 듣고 판단했다면, 홍명보 감독에겐 오히려 이임생 이사가 PT한 것"이라며 "협회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을 했던 사람을 의사도 묻지 않은 상태에서 감독 최종 후보 1순위에 올리고 거꾸로 협회 측에서 PT를 하는 게 '프리 패스'가 아니면 뭐냐"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절차에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현재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잘못한 점을 찾자는 게 아니라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가자는 것"이라며 "(협회가) 반발한다고 하는데 잘못한 일이 없다면 그럴 일도 없지 않느냐"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구성 : 진상명 / 편집 : 윤현주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