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해당 문건이 공식적으로 출간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국방부가 작성한 것이 맞기 때문에 이 문건은 정부의 유권해석처럼 무겁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국방부 문건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수사 중인데 '진실'을 찾았다고?
진실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 없는 사실'입니다. 사실도 거짓으로 판명될 수 있기 때문에 참으로 판정된 사실 중의 사실을 진실이라고 부릅니다. 해병대 사건을 예로 들면 현재 국방부 검찰단, 경북 경찰청, 공수처에서 진행되는 수사는 사실을 찾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후 벌어질 1심 재판의 판결도 일종의 사실에 불과합니다. 최종적인 대법원 판결도 뒤집힐 수 있는 바, 진실의 지위를 갖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진실의 간판을 달고 사실과 거리가 있는 주장을 설파했습니다. 문건 곳곳에 논란의 소지들이 숨어있는 것입니다. 신원식 국방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해병대 사건에 대한 질의에 “항명에 관련된 것은 군 검찰에서, 외압 여부에 대해서는 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말씀으로 제 의견을 갈음한다”고 답변한 것과도 배치됩니다.
▲ 국방부가 작성해 민간의 정책자문위원 등에게 배포한 해병대 사건 관련 문건
여단장이 입수금지 지시?
내부 회람 뿐 아니라 외부 오피니언 리더들에게도 돌렸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사실 관계가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첫 페이지부터 논란이 된 내용들을 일방적으로 사실로 못 박았습니다. 국방부 문건은 "입수 금지를 지시한 여단장"이라고 썼지만 해병대 수사단은 "여단장이 무릎 깊이까지 입수를 지시했다"고 파악했습니다. "해병대 1사단장은 순직 해병 소속 부대장이라는 이유로 범죄 혐의자로 분류됐다"는 문장도 사실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1사단장은 부대장으로서의 지휘책임을 넘어서는 여러가지 실질적 과오를 저질렀다고 해병대 수사단은 판단했고 경북 경찰청이 넘겨받아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 국방부가 미리 결론을 내린 셈입니다.
3대 이관 범죄도 군에서 수사 · 재판?
이 밖에도 이 문건엔 몇 가지 허점이 더 있습니다. 제목부터 세부적 문장들까지 총체적으로 되짚어 봐야 할 것 같은데 국방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전하규 대변인이 "국방부가 지금까지 국회와 언론에 설명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문건은 국방부의 확고한 입장 표현으로 보입니다.
현재 국방부 검찰단은 박정훈 대령의 항명 여부를, 경북 경찰청은 해병 순직 사고의 책임 소재를, 공수처는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외압 여부를 각각 수사하고 있습니다. 국방부의 '진실' 문건이 이들 세 기관의 수사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