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린이날 연휴, 5세 아이가 급성 후두염으로 숨졌습니다. 이 과정에 '응급실 뺑뺑이'가 있었습니다. 119 구급대가 대학병원 응급실 네 곳을 알아봤으나 진료가 안된다고 했고 다섯 번째 대학병원에서 입원이 안 된다는 조건 하에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섯 번째 병원 소아과 교수는 정상적인 진료를 했고 상태가 호전돼 퇴원조치 했다고 말합니다. 의무기록을 살펴보면 소아과 교수는 적절한 진료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전날 밤 119를 타고 여러 응급실을 떠돌았던 장면이 떠올랐을 겁니다. 구급차 안에서 힘들어하던 아이의 모습은 사무치게 아팠을 겁니다. 그날 저녁 아이의 상태는 갑자기 악화됐고 119가 도착했을 때 심장이 멈춘 상태였으며 결국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 '응급실 뺑뺑이'가 아니라는 복지부
5세 아이를 태운 구급차는 5월 6일 22시 38분 A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고, 22시 40분에 접수까지 한 상태였습니다. A병원에서 기다리면서 B, C, D, E 병원에 전화했고 E 병원이 '입원은 불가하지만 진료가 가능하다'고 해 옮겨 간 겁니다.
보건복지부는 이 사실을 보도자료에 적지 않았습니다. 5세 아이가 숨진 이유를 '응급실 뺑뺑이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복지부의 결론이 그렇더라도, 국민의 눈높이로는 1분 1초가 급한 어린 환자를 태운 구급차를 길가에 세우고 전화로 이 병원 저 병원 알아보는 것 자체가 '응급실 뺑뺑이' 아닐까요.
한 걸음 더 -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나나
어린이 응급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했던 그날 밤의 대학병원 4곳에 그랬던 이유를 물었습니다. 국내 최대 소아과 응급 병상을 갖춘 A 병원은 대기 환자가 많았고, 소아 응급실이 따로 없는 B, C 병원은 성인 환자로 꽉 차 침상이 없었으며 D 병원은 '야간 소아 응급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환자를 진료했지만 '입원 불가'라는 조건을 달았던 다섯 번째 병원은 소아과 당직 교수가 정상적으로 진료했다고 말합니다. 입원이 안 된다고 한 건 '직원의 착각'이었다고 했습니다.
원래 12명이던 소아과 전공의가 최근 3명으로 줄었고, 그 상태에서 24시간 소아 응급실을 운영하다 보니 의료진이 '번 아웃' 돼 운영을 중단할 때가 있다는 겁니다.
소아 응급병상 찾기가 어렵다 보니까 119 구급대도 '응급실로 이송한다'는 원칙이 있지만 급한 대로 문을 연 동네 소아과 병원을 찾고 있습니다.
실태와 문제 - 의료진 없는데 병원은 늘리겠다?
소아과 전공의의 수가 B 병원은 0명 C, D 병원은 3명씩인데 각각 4년 차 2명, 1년 차 1명이고, E 병원은 4년 차만 4명입니다. 이 숫자로 24시간 365일 당직 일정표를 짜는 건 불가능합니다.
올해 전체 소아과 전공의 정원이 159명인데 단 32명만 지원했습니다. 대학병원 50개 중 38곳에는 지원자가 없었습니다. 소아과 볼 의료진이 부족한 건데 어린이 병원 숫자를 늘리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으니,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이 병원 저 병원 흩어져 있는 소아과 의료진을 모으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는데, 이것도 간단치 않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인 A 병원은 소아과 전문의가 62명, 전공의는 28명입니다 그런데 환자가 전국에서 몰려서 응급환자라도 3시간 넘게 기다려야 합니다. 심폐소생술 필요한 환자는 감히 접근하기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