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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한동훈, 발언 태도 고칠 필요"…입법부 수장의 충고

[스프] "한동훈, 발언 태도 고칠 필요"…입법부 수장의 충고
한동훈 장관과 민주당 의원의 말싸움 영상은 인터넷에서 단숨에 인기 영상이 되곤 하죠. 한 장관의 화법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엇갈리는데요, 지지자들은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이고 반대 편은 '열 받는다'는 반응이죠. 김진표 국회의장이 점잖게 충고했네요, 좀 고치라고요.
 

# 장면 1: 김의겸 만난 한동훈…"입맛에 맞는 답변해야 하나"


어제(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는데요, 여기에 한동훈 법무장관도 출석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과 한동훈 장관의 설전이 벌어졌죠.

김 의원이 과거 한 장관이 채널A 기자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공개하자, 한 장관은 '불법 유출'로 기소된 자료를 공개했다며 발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브닝브리핑
 
▷ 김의겸 의원: 쟁점을 바꾸지 마세요.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 대해 물어보는 거예요
▶ 한동훈 장관: 의원님, 제가 의원님 입맛에 맞는 답변을 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요.
▷ 김의겸 의원: 질문권은 저에게 있는 겁니다.
▶ 한동훈 장관: 저도 답할 권리가 있죠.
▷ 김의겸 의원: 자, 다음 넘어가겠습니다.

김의겸 의원은 이어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봐주기 수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 위해 한 장관에게 질문 공세를 폈습니다. 김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아무도 (김 여사를) 수사하지 못했다"고 하자 한 장관은 "그때 서울중앙지검장이 누구였나?"라고 반문하면서 반박했습니다.
▷ 김의겸 의원: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 아무도 (김건희 여사를) 수사하지 못했어요. (중략) 다 일일이 모니터링하면서 일종의 컨트롤(통제)했던 거 아닙니까?
▶ 한동훈 장관: 전혀 잘못 알고 계시네요.
▷ 김의겸 의원: 넘어가겠습니다.
▶ 한동훈 장관: 아니, 거짓말 해놓고 넘어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중략) 그때 중앙지검장 누구였습니까? 잊어버렸다고 기억 왜곡하시면 안 되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실상의 지휘권이 없었잖아요. 아니 그걸 그렇게 쉽게 잊으십니까?

한동훈 장관의 말은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했기 때문에 친문재인 정부 검사들이 김 여사 수사를 뭉갤 이유가 없었다고 맞받은 겁니다. 당시 중앙지검장은 이성윤 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고검장)이었습니다.

민주당 의원과 한동훈 장관의 말싸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인데요, 민주당 의원이 공격을 퍼부으면 한 장관은 속사포처럼 반격하는 방식이 어느 정도는 패턴화된 듯합니다. 특히 김의겸 의원과 한 장관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 때부터 크게 맞붙은 적 있어서 서로 밀리지 않으려고 승부에 집착하는 분위기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싸움만 있고 결론은 없습니다.
 

# 장면 2: 김남국 만난 한동훈…"(김성태) 깡패 맞다"


한동훈 장관의 화법을 알 수 있는 장면 하나 더 보겠습니다. 역시 어제 국회 법사위 회의장인데요, 김남국 민주당 의원과의 질의응답입니다.

김남국 의원은 한 장관에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송환 전에 '깡패'라는 표현을 써도 되는가.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이 있어서 장관 발언에 우려가 된다"고 물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한 장관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고 단호했습니다. "저는 (김 전 회장을) 깡패라고 봅니다"라는 거죠.
▷ 김남국 의원: 김성태 전 회장 잡혀오기도 전인데, 피의자에게 깡패라는 표현 써도 됩니까?
▶ 한동훈 장관: 저는 (김 전 회장을) 깡패라고 봅니다.
▷ 김남국 의원: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는 거예요?
▶ 한동훈 장관: 그 사람이 이미 주가조작에 관여하고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입니다. (중략) 판단은 의원님이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검사들이 많이 쓰는 말이기는 하지만 공개석상에서 속되게 부르는 말을 거침없이 쓰고 있죠. '깡패'로 규정하는데 있어서 매우 단호하고 주저함이 없는데요, 이런 태도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이네요.

한 장관의 화법을 굳이 나눠보면 이렇게 '자신만만 화법'도 있고, '전 정부 탓 화법'이나 '질문을 질문으로 되치는 화법' 등이 있죠.

지난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한동훈 장관이 연단에 가장 많이 불려 나와 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습니다.
이브닝브리핑
정청래 의원과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공방이 있었는데요, 정 의원이 '카톡 332건' 등 과거 얘기를 꺼내자 한 장관은 "언제 적 얘기를 아직 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논점을 피해가기도 했죠. 끝내 정 의원이 발끈했는데요,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 안 먹고 아주까리 기름을 먹나? 왜이렇게 깐족대나"고 말해 화제가 됐습니다. '아주까리 기름'이라는 표현이 오래 회자될 듯하네요.

김민석 의원은 질의응답 중에 점점 감정이 끓어오르더니 결국 "오만하게 대답하지 말라"고 폭발하기도 했습니다.

한 장관 한 명을 두고 민주당 베테랑 의원들이 융단폭격을 퍼부었지만 한 장관은 또박또박 응수했는데요, 이런 광경이 이제는 낯설지도 않습니다.
 

김진표 "국회 발언 태도 고칠 필요 있다"


입법부 수장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한동훈 장관 발언에 대해 언급했네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 장관 발언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점잖게 충고했다고 할 만한 답변을 했습니다.

김 의장은 "국회의원 질문 뒤에는 30만 (지역구) 유권자 눈이 쳐다보고 있다는 점" "국회의원 개인에 대한 답변 이전에 국민에 대한 답변이라는 점"을 잘 생각해야 한다면서 "스스로 잘 판단해 고쳐질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김 의장이 보기에도 한 장관의 답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합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했는데요, 한 장관의 화법이나 태도에 대해 김 의장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내비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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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 패널: 한동훈 장관 답변 내용이나 태도에 대해 평가 엇갈립니다. 한쪽에서는 '똑똑하다', 또 한쪽에서는 '건방지다. 국회 모독한다'는 의견도 있어요. 의장님이 보시기에는 어느 쪽입니까?
▶ 김진표 국회의장: 저는 모든 것이 과유불급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국회의원은, 국회라는 자리는 국민의 대표가 모여 국정 논의하는 자리고 국회의원 질문 뒤에는 30만 유권자 눈이 쳐다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국회의원 개인에 대한 답변 이전에 국민에 대한 답변이라는 점에서 스스로 잘 판단해 고쳐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국회의장은 개인 의견이라면서 대정부질문 제도 자체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대정부질문 제도 자체 취지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상대로 정치 현안에 대해 묻는 의미 있는 제도"라는 거죠.

하지만 "문제는 면책 특권을 이용해 막말이나 인신공격 수단으로 변질 운영되는 경우"도 있고, "국회의원 한 분 한분은 생각도, 지식도, 인격도 갖춘 분인데 전체가 모이면 군중 심리에 휘말려 소리 지르고 야유하고 막말 대응하는 나쁜 행태가 계속 보여 안타깝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승부를 떠나야 본질이 보인다


민주당과 한 장관은 국회에서 마주칠 때마다 번번이 충돌하고 있는데요, 민주당의 전략이 충분히 전략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승부에 집착하는 태도, 윽박지르고 몰아붙이는 태도, 아예 한동훈 장관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태도 등이 보이는데요, 이렇게 되면 말실수만 부각되는 등의 역풍을 맞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한 장관을 상대할 때는 연구한다는 말도 들리는데요, 정청래 의원도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었다고 합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8일 원광대 강연에서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자업자득이라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우리 때 걸렸으면 박살났다. 그때는 보좌관, 의원 등이 머리를 맞대고 팀플레이를 했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개인플레이를 하는 탓에 (한 장관에게) 번번이 깨진다"면서 개인플레이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네요.

민주당이 '한 사람만 팬다'는 전략으로 한 장관을 조준하고 있지만 아직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없죠. 오히려 한 장관의 존재감만 더 키우고 있다고 봐야죠. 그래서 한 장관이 설전에 부쩍 자신감이 붙은 모습도 보입니다.

민주당이나 한 장관이나 이제는 승부를 떠나야 하지 않을까요? 말싸움, 가벼운 말재주들을 걷어내야 중요한 질문과 답변이 가능하고, 그래야 사안의 본질을 다루는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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