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참사 원인에 대한 수사를 경찰이 전담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실 대응 의혹과 관련해 경찰 지휘부가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상황에서 경찰 스스로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경찰 '셀프 수사'의 딜레마…"공수처 · 검찰 수사는 어려워"
'셀프 수사'라는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찰도, 검찰도, 공수처도 아닌 새로운 수사 기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특별검사를 임명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 기구를 구성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특별검사 도입과 관련해서도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특검 도입을 위해서는 여야가 합의해 별도의 특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보통인데, 특검 추천 절차 등을 놓고 여야의 정파적 이해관계가 반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대형 참사의 진상 규명 절차에 정파적 이해관계가 깊숙이 개입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우리 사회가 이미 몇 차례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법무부 장관 발동 '상설특검'…"이해관계 · 공정성 논란 있을 때" 도입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서 여야가 정파적 갈등 없이 상설특검 도입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는 별도의 특검 관련 법률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상설특검법이 규정하고 있는 두 번째 특검 추천 방식, 법무부 장관의 판단으로 발동되는 절차는 훨씬 간단합니다. 여야 간의 밀고 당기기 없이 신속하게 특검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법무부 장관의 특검 도입 요청 권한을 행사 요건을 살펴보면, 지금의 상황에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상설특검법 2조 1항의 2호에는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서 상설특검 임명 절차를 발동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태원 참사 관련해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경찰이 관련 수사를 전담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대표적 경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설특검 도입과 관련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오늘(11월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경찰의 112 신고 부실 대응 의혹과 관련해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법 개정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분에서 대형 참사가 빠지게 됐다."며 경찰이 아닌 다른 기관이 이 사건 수사에 뛰어들기 어려운 제도적 난점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진상 규명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선택은?
과연 이태원 참사 수사와 관련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새로운 조치를 취할지, 아니면 경찰이 독립적 수사를 위해 구성했다는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와 경찰 내부 감찰 결과를 믿고 기다릴지, 윤석열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