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브랜드인데, 한국 소비자가 많은지 한글 디자인이 나왔어요.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보니 예뻐 보여요."
한 외국 아동복 브랜드가 최근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최근 들어 한글이 큼지막하게 박힌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화려한 패턴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웨덴 아동복 브랜드 '미니로디니'는 올해 봄·여름 시즌 컬렉션으로 한글이 쓰인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해당 상품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탄 미니로디니 - 종착역: 서울' 컬렉션으로, 한국 민화를 차용한 듯한 호랑이 그림과 함께 브랜드 이름인 '미니로디니'를 한글로 써넣은 디자인이 대표적입니다.
이 외에도 유니콘 캐릭터가 '최고의 국수'라고 쓰인 그릇 속의 면발을 젓가락으로 집고 있는 모습을 담은 상품들도 있습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에 사업을 연착륙시키려는 전략에서 한글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룹 BTS의 노래 등 케이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한글이 주목받게 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몇 해 전부터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 한글 활용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며 "아동복의 경우 일반 브랜드의 트렌드를 반년에서 1년 정도 늦게 따라가는 만큼 이제야 아동복 시장에 한글을 이용한 디자인이 등장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한글 활용 디자인은 아직 일상 패션에서는 생소하지만, 몇 해 전부터 여러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패션업계는 2015년 고가 브랜드 샤넬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한 크루즈 패션쇼를 기점으로 한글을 넣은 디자인이 관심을 얻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는 작품에 '한국', '서울', '코코', '샤넬', '마드모아젤' 같은 한글을 새겨 넣었습니다.
이듬해에는 개인 트위터에 '카를 라거펠트' 매장의 서울 진출을 알리며 '나는 한국을 사랑합니다'라고 쓴 이미지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미국 의류 브랜드 랄프로렌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인 '팀 USA' 에디션으로 '평창'을 한글로 쓴 티셔츠를 출시했습니다.
같은 해 벨기에 유명 패션 디자이너 라프시몬스는 '상주곶감', '법성포 굴비' 등 한글이 쓰인 보자기 원단의 가방을 선보였습니다.
2019년에는 이탈리아의 고급 남성 패션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가을·겨울 상품으로 브랜드 이름을 한글로 써넣은 점퍼와 니트를 내놨습니다.
유명 브랜드 외에도 중국 전자상거래사이트 타오바오에서 판매하는 보세 의류에 '성동일' 등 한글이 새겨진 것이 국내에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해외 보세 의류에까지 한글을 쓴 디자인이 적용된다는 것은 한류가 확장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며 "케이팝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언어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조형적으로도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미니로디니 홈페이지, 카를 라거펠트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