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당국이 16일 물리력을 동원해 반정부 집회 강제 해산에 나서면서 태국 정국이 출렁이고 있다.
특히 3개월간 계속 중인 반정부 집회에 대한 정부 대응이 본격적으로 강경해질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태국 경찰은 이날 오후 늦게 물대포를 동원해 방콕 도심 파툼완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 참석자들을 강제 해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다가 7월 중순 재개된 반정부 집회에 대해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해산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날 조치는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오후에 특별 내각회의를 마친 뒤 반정부 집회 참석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던진 직후 나왔다.
쁘라윳 총리는 퇴진 요구를 일축하면서, 상황이 좋아지면 한 달 예정인 비상칙령 기간도 줄겠지만 반대 경우에는 더 강력한 조처가 취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야간 통행금지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쁘라윳 총리는 자신에 대한 퇴진 요구보다는 군주제 개혁 요구를 고리로 대학생 및 젊은 층이 주도하는 반정부 세력 옥죄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상칙령 발효 배경에는 지난 14일 반정부 집회에서 시위대가 총리실 건물 외곽까지 진출한 것도 한 원인이지만, 같은 날 발생한 왕비 차량 행렬 '방해 행위'가 더 큰 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일부 반정부 집회 시위대는 외부 행사 참석차 랏차담넌 거리를 지나가던 수티다 왕비의 차량 행렬 속도를 늦추거나, 차량을 향해 태국 민주세력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태국 경찰은 다음 날 국왕이나 왕비의 자유를 방해하는 어떤 종류의 폭력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형법 110조를 위반했다며 반정부 활동가 2명을 전격적으로 체포했다.
이 법을 어길 경우 형량은 최소 징역 16년에서 최대 무기징역으로 왕실모독죄보다 무겁다.
실제 쁘라윳 총리는 언론에 시위대가 왕실 차량 행렬을 방해하는 전에 없던 심각한 일들이 발생했다면서, 비상칙령 발효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전날 시민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국가는 국가를 사랑하고 군주제를 사랑하는 이들을 필요로 한다"고 언급하는 장면이 이날 국영 TV를 통해 방송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집회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왕의 발언은 쁘라윳 총리가 군주제 개혁 요구에 강력히 대응할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