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주민들을 위한 벽화의 사례는,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진 마포구 염리동의 '소금길'에서 찾을 수 있다. 주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과 안전을 위해 경사가 급한 계단이 있는 곳에는 안전을 환기시키는 캐릭터를 채워 넣었고 운동을 유도하는 칼로리 소모 표시를 한 골목도 있었다. 어두운 골목이나 앞이 보이지 않는 굽은 골목에는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밝은 색의 그림들도 떠오른다. 이 그림들은 단순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범죄예방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소금길'이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였고 내 눈으로 직접 보고싶어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방문객 스스로가 움직이는 CCTV처럼 마을을 지키는 역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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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로 유명해진 대구 방천시장의 둑길은 처음에는 방천시장 활성화 사업의 일부로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노쇠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다가 시장과 나란히 위치한 어둡고 후미진 둑길에 김광석을 소재로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가수 김광석이 방천시장 근처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고유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전통시장을 찾지 않던 젊은이들의 관심을 끄는 역할을 했다.
방천시장 둑길이 가수 김광석을 기념하는 벽화와 조형물로 채워지자 통기타를 든 뮤지션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다양한 공연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비어있는 가게들은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김광석의 이야기가 노래와 뮤지컬 등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결국 방천시장의 둑길이, 김광석을 기리는 중심지로 인식된 셈이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그린 벽화가, 시장뿐만 아니라 지역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문화공간으로 발전한 좋은 사례이다.
* 편집자 주 : 김종대 건축가의 '건축 뒤 담화(談話)' 시리즈는 도시 · 건축 · 시장 세 가지 주제로 건축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습니다. 격주 토요일 '인-잇'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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