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 태풍 장미는 어제(10일) 상륙했던 경남 말고 오히려 전남 지역에 많게는 140mm의 비를 뿌렸습니다. 폭우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태풍이 또 몰고 온 집중호우로 도로가 무너져내렸고 이재민들은 더 이상 할 말을 잃었습니다.
KBC 이상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마치 폭탄을 맞은 듯 100여 미터의 강변도로가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도로 난간은 엿가락처럼 휘었고, 무너진 도로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물웅덩이가 생겼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폭우로 불어난 섬진강 물이 태풍과 집중호우로 유속까지 빨라져 도로 밑 지반을 깎아낸 것입니다.
[박봉춘/전남 광양시 다압면 : 섬진강 물이 내려가면서 밑에 흙을 빼 가 버리니까 내려앉아 버린 거지. 차 한 대 오다가 여기 빠졌잖아요.]
수중도시로 변한 구례에도 태풍 '장미'로 인한 폭우가 하루 종일 쏟아졌습니다.
흙탕물에 젖은 살림살이를 집 밖으로 꺼내 말려보지만 또 내리는 비에 한숨만 터져 나옵니다.
[김연심/전남 구례군 구례읍 : 어디에다 할 말이 없어서 이것은 재난지원금도 물론 주시면 좋지만 말이 안 나와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수돗물과 전기까지 끊긴 상황에서 태풍까지 온다는 소식에 하루 종일 노심초사 마음을 졸였던 구례 오일장 상인들은 구멍 뚫린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인근 마트 점장/전남 구례군 구례읍 : 5일 시장 쪽에 물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갑자기 둑이 터지면서 탁 치고 올라오니까. 주유소에서 기름이 유출돼 가지고요. 못써요, 냄새가 나서. 일단 상품들 빼서 폐기하고 있죠. (영업 재개하려면) 두세 달은 걸릴 거 같아요.]
태풍 '장미'는 부산을 거쳐 동해안으로 빠져나갔지만 지칠 대로 지친 광주·전남 수해민들에게 적지 않은 생채기를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