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태풍을 비롯해서 우리나라로 오는 대부분의 태풍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입니다. 특히 동해로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에 큰 피해를 입힌 경우가 여럿인데요, 앞서 2002년 태풍 루사는 강원 동해안에 최악의 물폭탄을 쏟아부었고, 지난해 영남권을 관통한 태풍 콩레이 때에는 경북 영덕 강구시장이 물에 완전히 잠기는 큰 피해를 당했습니다. 이번에 미탁도 비슷했지요.
먼저 한소희 기자가 2년 연속 태풍 피해를 입은 경북 영덕 강구시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간밤 쏟아진 물폭탄에 주민대피령까지 내려졌던 강구시장.
태풍은 가버리고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해졌지만, 태풍이 남긴 상처를 지워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물이 거의 다 빠진 상태지만, 조금만 이동해서 이렇게 벽을 보면 사람 무릎 높이보다 더 높은 위치에 흙탕물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강구시장은 지난해 태풍 콩레이 때도 똑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보트를 띄워서 사람을 구해오는 모습도, 마트에서 흙탕물을 쓸어내는 모습도 작년 콩레이 때와 판박입니다.
1년 전 침수로 잘 말려놓은 생선을 다 버려야 했던 상인은 올해 또 수백만 원어치를 버려야 합니다.
[임명자/강구시장 상인 : 엉망이야 엉망. 버릴 것도 많이 버렸다. 이 안에 봐라, 이거.]
강구시장 근처에 있는 상가 거리입니다. 이곳은 그야말로 흙탕물과의 전쟁입니다.
지금 보시면 옷가지와 종이컵 그리고 베개 뭐 하나 쓸만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작년 태풍으로 얼룩진 벽을 새로 도배한 지 2주밖에 안 됐다는 학원 원장은 또 겪게 된 침수 피해에 맥이 풀립니다.
[원미경/학원 원장 : 작년에는 빨리 수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올해 또 덮쳐서 이러니까 너무 속이 상해서 그냥 일을 손에 못 대고 계속 그냥 서성이고 있는 거예요.]
태풍에 호되게 당하고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똑같은 일을 당하게 된 강구시장 상인과 주민들은 답답함만 호소합니다.
[김상우/강구시장 상인회장 :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작년과 올해와 똑같아. 양수기 봤죠. 그거 하나 갖다 놔놓고 주민 불안한 거 해소시킨다는 게 됩니까.]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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