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기업 총수가 주주들 반대로 이사직을 상실할 만큼 큰 사회적 변화를 보여준 기업들의 주주총회 시즌이 끝나갑니다. 하지만 '주주혁명'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소액주주들 의견을 묵살하는 관행도 여전했습니다.
문제점은 무엇인지 박찬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달 29일 열린 금호석유화학의 주주총회.
이날의 핵심 안건인 사내외 이사 선임에 대해 의장이 박수로 동의를 구합니다.
[김성채/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 큰 박수로 선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불과 수 분 만에 통과돼버립니다.
박찬구 회장은 지난해 말 회삿돈 32억 원을 빼돌린 사실이 인정돼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반대표를 던질 기회조차 없었던 겁니다.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 중인 박재완 전 장관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서 적지 않은 주주들은 독립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다른 주주들과 의장의 철회 요구가 계속됐고 역시 또 박수로 통과됐습니다.
신속한 진행을 앞세워 현장 투표를 번번이 무시하는 겁니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지만, 대기업 계열사 중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아직 4곳 중 1곳밖에 되지 않습니다.
특히, 삼성과 LG는 전체 계열사 중 투표 방식을 도입한 회사가 한 곳도 없습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사실 소액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 자체가 어렵죠. 전자 투표·서면 투표를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국회에서는 3년 전부터 전자투표를 의무화하자는 법안들이 속속 발의되고 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통과되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하성원, VJ : 정민구·한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