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들어 면세품이 불법 유출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몇 주 전 보도를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외국인 '현장 인도'를 악용한 것입니다. 국산 제품은 외국인에 한해 시내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입해 가져갈 수 있습니다. 국산 제품의 수출을 늘리고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중국인들이나 국내 여행업체들이 외국인이나 유학생을 고용해서,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한국 화장품 등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재기로 불법 유출된 면세품은 중국으로 밀수출되거나 국내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면세품이 대거로 불법 유출된 사건이 관세청에 적발됐습니다. 지난해부터 관세청은 면세품 불법 유통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는데, 시내 면세점인 신라면세점에서 이상한 거래를 발견했습니다. 조사 결과, 국내 한 대기업 화장품 업체가 면세 화장품으로 납품한 샴푸 37만 점, 17억원어치가 불법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관세청은 이렇게 빼돌린 제품들이 국내에 불법 유통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통과 관련해서는 관세청이 수사권이 없어 담당인 국세청에 통보했습니다. 관세청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부가세 10%, 1억 7천만원이 탈루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면세품 불법 유출로 발생한 부당이익은 적어도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면세품을 빼돌린 판매 직원은 이미 중국으로 출국해 종적을 감춘 상태라 유통 과정을 추적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면세점과 화장품 업체는 개인의 일탈이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화장품 업체는 “문제의 직원은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에 소속된 사람이라면서 회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면세점 또한 “국산 제품은 백화점처럼 입점해서 파는 형태라 면세점이 전혀 연루된 것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엄격하게 관리돼야 하는 면세품이 대량으로 불법 유출된 데는 허술한 관리가 있었습니다. 특히 면세점은 특허를 받은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면세품의 판매뿐 아니라 재고 파악, 유통 과정에 대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입니다. 현재 관세청은 면세점에 행정제재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면세품 사재기 보도 이후 국내로 불법 유통된 면세 화장품 때문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화장품 유통업체 분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면세품을 빼돌리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불법 유출 시도는 계속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제도 및 규정의 개선과 면세점 업체의 자정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