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90여 명이 2000여 회 접대를 받았다면, 1인당 1년에 4.4회 정도 되는군요. 파나소닉의 사내 규정(링크 [클릭]/일본어)은 굉장히 엄격하군요. 우리나라의 부정부패방지법(일명 김영란법)도 세계적 기준으로 볼 때 매우 엄격한 수준입니다만, 일본은 법률 규제 이전에 사회 각 분야에서 자체적으로 부정부패 방지에 힘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부정부패는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것을 넘어 '사회적 손실도 가져온다'는 생각이 명확한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나라도 일본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정부패를 '일이 잘 되도록 만드는 필요악' 또는 '상대편도 어느 정도 이해해주는 편의',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그러던 중 지난달 말 글로벌 회계법인 KPMG의 일본지사에서 'Fraud Survey(부정 조사)-일본기업의 부정에 관한 실태조사'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KPMG 일본지사 쪽에 메일을 보내 보고서를 받았습니다. 기업 내 부정 행위가 사회적 도덕율을 측정하는 잣대가 되지는 않겠지만, '부정 부패'에 대응하는 일본 사회의 단면 정도는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위 표를 보면 63%는 손실액이 1000만엔(우리돈 1억1200만원) 미만입니다. 1000만엔부터 1억엔(11억2000만원) 미만이 18%, 1억엔 이상 10억엔(112억원) 미만이 15%, 10억엔 이상이 4%입니다. 손실액이 1억엔 이상 넘은 부정은 대부분 뇌물공여와 담합이었습니다. 각종 제재금과 사업규제 등으로 인한 손실이라고 합니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똑같이 '뇌물 공여'와 '담합'이 존재하긴 하는군요.
부정을 저지른 사람은 '관리직'과 '관리직 이외의 정사원'이 많군요. 표 위쪽의 임원급 부정행위자는 5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4명은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관리직 이외의 정사원'의 부정은 횡령과 리베이트 등이 80%를 차지했습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바로 위 표입니다. 부정을 발견한 경로(복수 응답)입니다. 표 맨 위의 '업무처리 통제'를 통해 발견하는 경우가 62%로 가장 많았습니다. 아랫쪽 '내부로부터의 신고'가 47%로 두 번째 많습니다. 이어서 내부감사(28%), 외부로부터의 신고(24%)가 뒤를 잇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당초 일본 기업들은 부정 발견을 외부 내부 신고에 의존해왔지만, 최근 들어 '업무처리통제'를 통해 부정을 발견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경영시스템을 전산화하고, 다양한 감사 시스템을 도입해 자체적으로 부정을 발견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많이 도입하고 있는 부정 감시 시스템은 1) 사원들의 컴퓨터이용 감사기법 CAAT 2) 이메일 감사 3) 공무원 등 뇌물대상자 주변 감사 등이라고 합니다.
보고서는 부정을 막는 방법도 일부 제안을 하고 있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사내에 '장기휴가제도'를 두라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중대한 부정을 실행하고 있는 사람은 부정의 발각을 두려워해 휴가를 내지 않은 경향이 있다. 장기휴가제도는 부정을 발견하는 유효한 수단이 되지만, 장기휴가제도를 채택한 일본 기업은 불과 5%에 그치고 있다."(보고서 23P) 보고서의 핵심과 달리, 저는 이 부분을 제 글의 핵심으로 삼고 싶군요.
기업들이 기업 이익을 빼돌리는 횡령 등의 개인 차원의 범죄를 잡아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보다 더 큰 리베이트, 뇌물 공유, 담합, 회계부정 등은 사회적으로도 큰 악영향을 미치는 부정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도 아직 깨끗한 기업 활동 부분에서 100점을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만큼은 부정 부패에 눈 감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파나소닉의 90여명 징계처분 뉴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정부패가 통하지 않는 사회를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 우리나라도 확고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