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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숨만 가득…갈 곳 잃은 이집트 노점상

문을 닫은 버스 터미널의 주차장에 허름한 천막이 세워져 있습니다. 재활용 의류 장터입니다.

인적이 드문 우범지대라 썰렁하기만 합니다.

노점상이던 알리 씨는 2년 전 이곳에 온 뒤로 한숨만 늘었습니다.

시내에서 노점을 할 때는 우리 돈으로 하루 2만 원은 벌었지만, 이곳에선 한 달에 2만 원도 벌기 힘든 처집니다.

당장 두 아들의 생계가 걱정입니다.

[카말 알리/재활용 의류 장터 상인 : 이번 달에 신발을 단 한 켤레도 못 팔았어요. 라마단인데 아들들에게 사탕조차 사줄 돈이 없어요.]

이 장터의 상인들은 모두 도심에서 장사하던 노점상 출신입니다.

관광객과 교통에 방해된다며 정부가 강제로 이주시켰습니다.

조만간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새 장터를 마련해주겠다는 정부의 다짐은 2년째 빈말이 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엔 처음엔 6백여 명의 노점상이 들어왔지만, 하나둘 떠나 이제는 4십여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칼리드/재활용 의류 장터 상인 : 시내 고가 밑에서 누구한테도 폐를 끼치지 않고 노점상을 했었습니다. 여기는 보다시피 손님이 전혀 없어요.]

노점상을 쫓아낸 도로변은 불법 주차한 차들도 가득 찼습니다. 교통 체증도 변하게 없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다시 거리로 돌아온 노점상은 단속반에 뒷돈을 상납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카이로 노점상 : 단속 공무원과 경찰에 줄 돈이 없으면 파는 물건이라도 줘야 합니다.]

이집트에선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경제 악화로 일자리가 줄면서 노점상이 늘고 있습니다.

장터에 남자니 생계가 막막하고 거리로 돌아가려니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카이로 노점상의 처지는 전시 행정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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